선배들이 약한 동급생과 후배들을 데리고 축구 시합을 벌였다.
당연히 막무가내로 동네에서 힘깨나 쓰던 왈패들이 이겼다.
후배들과 힘없는 동급생들을 돈을 모아 바쳐야 했다.
쵸코 우유가 배달되는 날은 선배들이 후배들의 우유를 걷어갔다.
한두 번 생긴 일이 아니다. 수년간 반복된 일이었다.
초코우유 약취 (略取) 건을 조사하다가 전모를 발견했다.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샅샅이 훑어냈다.
16년이 넘게 근무했어도 학교에서 교무 업무만 보다가 학생생활부 업무를 맡아본 게 두 해째였다. 체벌이 금지되고 교실 붕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다. 2008년 3월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같은 법 시행령은 2012년 9월부터 시행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교육포털 에듀넷(EDUNET)을 통해 학교 폭력 예방과 대책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학생 지도와 학교 폭력 발생시 대처 방법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었다. 에듀넷 교사지원단으로 활동하며 매월 1회씩 공주에서 서초동으로 연수를 다니고 전국 교사들과 함께 배우던 시절이었다. 콘텐츠를 통해 학교 폭력 발생시 조치 방법(2010년대 초는 학교폭력예방법 업무는 교사에게 기피 업무여서 이후로 학생생활지도 유공 교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고육책을 시행했다) 을 익혔다. 이제는 학교 폭력 업무가 단위 학교에서 지역교육청으로 이관되어 교사의 역할과 부담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사건이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절차에 따라 조사, 대책위 소집 등을 거쳐 후속 조치를 정확하게 진행해 선배의 학교 폭력 행사는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부장은 손가락만 빨고 있었고, 학교장도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주동자였던 학생회장에게 어떻게 처벌하겠느냐는 거였다. 피해 학부모와 내 요구로 주동자에게 일주일간 근신하도록 했다. 이 녀석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에도 말썽을 부려 선생으로부터 여러 번 혼났다고 전해 들었다. 내가 전직한 후에 주동자는 약대를 진학했다고 들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기상천외한 학교 폭력 업무를 다루는 교사, 피해자의 학부모, 가해자의 학부모가 시행령이 행사되는 과정을 알면 당황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현재는 교육청마다 나름에 맞는 대책 매뉴얼이 있지만, 스트레스를 줄이고 학생 지도에 도움을 받을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오래전 일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