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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까?

AI와 함께 일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

by 이재구

“AI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대체할까?”
요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많은 논의가 디자인 시안 혹은 제작 시간 단축에 집중돼 있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 본질에 대한 논의는 아닙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본질은 "문제 정의 → 솔루션 정의 → 경험 설계 및 제작 → 경험과 지표 관계 설정" 네 단계에 걸쳐있습니다. 이 글은 그 흐름 속에서 AI가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디자이너의 몫인지 정리한 글입니다.




1. 문제 정의 (Problem Framing)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요약하는 데 탁월합니다. 수십 건의 사용자 인터뷰나 고객 피드백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뽑아내는 건 AI 역할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서비스의 본질적 문제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건 디자이너 역할입니다. 즉, AI는 증상을 나열하고 패턴화 할 수 있지만, 숨어있는 원인을 찾아내고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건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2. 솔루션 정의 (Solution Definition)

AI는 아이디어 발산 단계에서 훌륭한 Tool입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해 줘”라고 질문하면 평균 이상의 답과 레퍼런스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솔루션을 채택하고 발전시키는 건 디자이너 역할입니다. 결국 브랜드 방향, 현실적인 문제, 우리 서비스 만의 경험 차별화 지점을 설정하는 건 결국 디자이너가 판단해야 합니다.


3. 경험 설계 (Experience Design)

AI는 전형적인 UX 패턴을 빠르게 제작합니다. 즉, 탐색 플로우, 온보딩 플로우 같은 기본 뼈대는 쉽게 제안합니다. 하지만 안에 숨어있는 경험의 디테일을 결정하고, 작은 불편을 잡아내며 우리 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감정의 결을 설계하는 역할은 디자이너입니다. AI는 훌륭한 설계 Tool이지만 경험의 방향과 디테일을 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디자이너에게 있습니다.


4. 경험과 지표의 관계 설정 (Experience Metrics)

AI는 다른 서비스의 사례를 근거로, “이 경험을 바꾸면 이런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디자이너가 설계한 경험이 어떤 지표와 연결되는지는 디자이너가 직접 고민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즉, 단순히 숫자가 올랐다는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경험 요소가 인과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설명하고 다음 가설을 정의하는 건 디자이너 역할입니다.




AI는 다양한 패턴 안에서 문제를 찾고 시안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경험을 해석하며, 지표와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데이먼 센톨라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말하듯, AI는 훌륭한 만큼 자기 확신이 강합니다. 확신하는 접근법에 너무 빨리 수렴하기 때문에, 처음 발견한 ‘꽤 좋은 해결책’에서 ‘꽤 괜찮은 답’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꽤 괜찮은 답'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선택하고, 고민하면서 AI를 도구로 활용해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AI는 모든 디자이너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이너 스스로 생각을 더 멀리 밀어붙일 수 있도록, 그 여정을 함께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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