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돌아와서 주방에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깨달았어요.
“나는 오늘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고 하루를 시작했구나.”
눈곱 떼기도 전에 울며 달려오는 둘째를 안아주고,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첫째에게 밥을 떠먹여주며 하루가 시작되었죠. 출근은 안 하지만, 오히려 이 삶이 더 빠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늘 누군가의 리모컨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의 울음, 짜증, 식사 시간, 등원 시간, 기저귀 교체, 장난감 전쟁…
나는 어디서 꺼졌을까, 생각해보려다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걸었습니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나’라는 사람이 훨씬 또렷했어요.
책 읽는 걸 좋아했고, 혼자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걸 좋아했죠.
무엇보다, 감정에 민감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는 INFP였는데
지금은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조금씩 바꿔보려고요.
엄마가 되는 법은 배웠지만, ‘엄마인 나를 돌보는 법’은 아직 배우는 중이니까요.
오늘 오전 10시,
커피잔을 들고 창문 앞에 앉았어요.
바람이 잔잔하고, 생각보다 하늘이 맑더라고요.
순간, 이 평범한 고요가 너무 좋았어요.
아이들이 없을 때 느껴지는 적막이 아니라,
내가 내 숨을 들여마시고 있다는 걸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
“이런 시간,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나에게 주면 좋겠다.”
그렇게 작게 다짐했습니다.
‘엄마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말을 요즘 자주 떠올립니다.
아이들만 돌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서라도 ‘나’를 돌봐야 한다는 것.
이걸 이제서야,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 참았고,
억울하거나 지쳐도 “그래도 엄마니까”라고 넘겼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해주려고 해요.
“엄마도 힘들 수 있어. 오늘은 잠깐 쉬어도 돼.”
엄마니까 괜찮은 게 아니라,
엄마여서 더 돌봄이 필요하고, 엄마여서 더 아껴줘야 하는 존재라는 걸
아이들을 키우며, 조금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오늘 일기엔, 이렇게 써봅니다.
‘엄마인 나를 돌보는 첫 번째 방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기분이 어떤지, 몸은 어떤지, 오늘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했는지.
내일 아침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렇게 속삭일 거예요.
“오늘도 수고했어. 너도 많이 애썼잖아.”
그리고 또 하루, 아이들과 웃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먼저 안아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