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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pr 09. 2022

飛蛾赴火 비아부화

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이유



 나는 이번 코시국을 겪으면서 한국과 타이완의 문화 차이를 비롯하여 정말 내가 다시 한번 한국인임을 뼈저리게 느낀 사건들이 참 많다. 나열하자면 너무 시시한 것까지 적어야 해서 하나하나 메모를 해놓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지만, 분명한 것은 타이완 사람들이 얼마나 겁이 많은지에 대해(한국인에 비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에 처음 왔을  타이와니즈 동료가 타이완 사람들을 형용한 몇몇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는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넘버원은 바로 '겁이 많다'였다. 겁이 많다니, 이렇게 잦은 지진과 핵폭탄급 태풍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너무나도 차분하고 침착한 그들이 겁이 많다는  동료의 말을 사실  당시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말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있게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태국을 경유하여 한국에 귀국하려 찾아봤던(아직 어찌 될지   없는) 비행기 티켓 사이트에서였다.



 나는 코시국 이전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목적지 설정도 주로 타이페이 아웃 기준으로 비행기 티켓이 저렴한 곳을 많이 검색했었고 이번에는 태국 경유 한국행이 될 예정이었던 터라 타이페이 아웃 방콕 인, 방콕 아웃 인천 인 다목적 구간의 티켓을 각각 편도로 미친 듯이 검색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너무나 재미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타이페이에서 방콕으로 들어가는 메이저 항공사의 반짝 세일 티켓들은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그 가격 그대로 있는 반면 방콕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티켓의 가격은 일주일은커녕 하루도 안돼 매진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눌러가며 눈을 씻고 확인해도 '타이페이-방콕 이게 정말 맞나 싶을 정도의 널널함', '방콕-인천 없어서 못 팔 지경'의 이 패턴은 결코 변함이 없었다.



 물론 한국과 타이완의 국내 확진자의 수나 상황이 다르기는 하나 전 세계적인 패턴이 해외여행이 점차적으로 풀리고 있고 특히 태국처럼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들로의 입국률 증가는 필연적인 것이어서 한국 사람들 만큼이나 나는 타이완 사람들도 조금씩 출국을 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패턴이 참으로 신선했다. 무엇보다 내 주변 이들을 봐도 아직까지도 코로나를 굉장히 심각한 병으로(심각한 것은 맞지만) 간주하여 걸리기라도 하면 아주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여전히 산재하고 있었고(마치 우리가 처음 코로나를 맞이했던 그 시절 그때처럼) 뉴스에서도 매일같이 국내(여기선 본토라고 표현한다) 확진자 몇 명 해외 입국자 몇 명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하면서 국내 확진자 증가에 따라 학교나 공공 기관의 현장 업무를 중지시켜 바로 재택으로 돌리게 하는 시스템 역시 고수하고 있었다.



 타이완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처럼 봉쇄를 하거나 인권을 침해할 정도의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모든 '타이완 식 방역'의 기저에는 타이완 사람들의 '겁'이 깔려있다는 것을 난 종국에 알게 되었고, 이것은 그들이 사회 질서나 사회의 화합에 위반되는 행동을 극도로 싫어하고 일본처럼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었으며,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역정을 내거나 싸우는 모습도 품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나라가 이곳 타이완이 아닌가 싶다.



 나와 회사에서 밀접하게 일하는 동료 1은 타이완 국적, 동료 2는 나와 같은 한국인 동료 3은 재패니즈, 동료 4는 프랑스 국적인데 최근 동료 1이 나에게 고사성어 하나를 알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飛蛾赴火 비아부화', 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든다는 뜻으로 스스로 위험한 곳에 뛰어들어 화를 자초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고사성어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볏짚을 들고 불구덩이로 뛰어든다'는 우리네 속담이 생각났다. 내가 태국 경유로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고 했더니 한국의 지인들은 모두 하나 같이 '지금 올 거면 그냥 걸릴 거라 생각하고 와야 함'이라며 겁을 잔뜩 주었는데 문득 나 자신 스스로도 지금의 이 상황이 마치 정말 볏짚을 들고 불구덩이로 전속 질주하는 것과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우리 민족이 정말 불나방 같다. 한번 마음을 정하면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그 길 끝이 불속이라 할지라도 일단 뛰어들고 본다. 그 뒤에 따라올 위험이나 리스크를 재고 따지기보다 도전하고 질러봤다는 그 환희라는 마약을 져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겁내지 말고 도전하세요! 행동하세요!'라는 마케팅 광고 문구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무조건 고(Go)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타이완에선 이런 광고를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도대체 왜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까지 도전해야 해?'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에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아주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그 무엇도 좋다 나쁘다 결코 평가할 수 없지만 나는 안정과 평화를 지상 최고의 염원으로 삼고 있는 이 작은 섬나라에서 아주 조금 엇나간 불나방으로 살고 있다. 불속으로 들어갈까 말까 저울질을 하며 스스로가 불나방이었었나 하는 의문을 여전히 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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