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삶의 온도
스케줄러를 펼쳐든다.
오늘 하루도 해야 할 일이 빽빽하다.
숨 쉴 틈은 남겨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하고 싶은 일은 마음 깊숙이 넣어뒀거나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의 시계는 째깍째깍 흘러가며 나를 재촉한다.
처음엔 일자를 구분했지만 어느새 시간을 쪼개고, 분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시계 속에 내 몸뚱이와 정신머리를 집어넣었다.
세상은 쉼 없이 빠르게 돌아간다.
어쩌다 내 마음이 잠시 느려지거나 멈출 때가 있다.
오롯이 그것만의 이유로 혼자서 마음에 상처를 내거나, 다른 사람들의 속도와 비교하며 조급함을 만든다.
하지만 느려도 괜찮다.
나의 속도는 빠르기도 할 테고 느리기도 하리라.
그렇게 결국은 나아가고 있다.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에 나를 내던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느린 시간 속에 마음은 숨을 쉬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아무리 바빠도 결코 잃어서는 안 될 보물과도 같다.
빨리빨리 문화는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일 수 없다.
재료 하나하나를 차례로 넣고 불 위에서 은은하게 끓여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충분히 두고 끓여야 재료들이 서로의 맛에 스며들 수 있다.
센 불에 된장찌개를 급히 끓이면 깊은 맛도 나지 않고 재료들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약불에 끓이면, 차례로 넣었던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음을 데우는 온기에 닿을 수 있다.
내 안의 재료들이 천천히 우러 져 나올 때 제 맛을 낼 수 있다.
하루를 된장찌개처럼 천천히 끓여보자.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고 나를 채찍질할 때가 있더라도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자.
느림은 결코 뒤처짐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깊고 단단한 맛을 만든다.
오늘 하루 급하게 달리느라 잃어버린 온도를, 천천히 끓이는 시간을 통해 되찾아보자.
느리지만 확실한 마음의 온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