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a Bersam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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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남편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며 송강호 말투로 발령 소식을 전했다.
성대모사에 본인은 만족했으나 하나도 비슷하지 않았다.
연애 시절 나는 남편의 개그에 열렬하게 반응했다.
유머러스하고 젠틀하며 스윗한 남자라고 호르몬에 조종당해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팬심이 식은 지는 꽤 됐다. 콩깍지 화학물질은 오래전에 끊겼고 개그에 발전이 없다 보니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여전히 남편만 모르고 있었다.
특히 외면할 게 많아지던 일년 전부터는 아예 심해어처럼 굴고 있었다.
그것 역시 모르는 듯하지만.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인 건 사실이었다.
하필 딱 그 타이밍에. 애가 없어 휴직 중이었던 마침 그때였으니까.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에 무엇보다 내 의지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후여서 나도 놀라기는 했다.
우리는 범인 중의 범인들이었다.
굳이 비범을 찾는다면 특별한 구석이 어디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일등도 꼴등도 못 하고 졸업해 명문대도 지방대도 아닌 대학을 나와 나는 공기업의 직원이, 그는 대기업보다 작고 중소기업보다 큰 회사에 취직했다.
우리는 적당한 시기에 결혼해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 적당한 평수의 아파트에 살며 틈틈이 유명하다는 책을 사 읽고, 흥행한다는 영화를 보러 갔다.
평범함에 대한 심각한 불만도 비범함에 대한 공허한 열망도 없었다. 우리는 딱 그 정도였다.
“기저귀 사 놨다고 완룐가. 진짜를 준비해야지. 만행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
남편은 준비 없이 애를 낳고 지옥 같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고 성실히 피임을 실천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뻔한 클리셰, 피임을 끝낸 후 약국에서 산 테스터로 두 줄을 확인하고 알아보지 못할 초음파를 보며 어리둥절하다 아기용품을 사러 다니는, 그런 상투적인 상황이 적용되지 않았다.
밤샘 전쟁을 위한 대비를 완료했지만 당최 쓸 일이 생기지 않았다.
느닷없이 임신이 되면 어쩌나 종종거린 하찮은 기억뿐이었다.
우리에게는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비범함이 있었다.
그 능력은 나이거나 남편, 혹은 둘 다의 것일 수 있었다.
모르고 있던 능력을 자각하니 외면해야 할 것들이 생겨났다.
시부모의 작지만 잦은 한숨. 시누의 이유 있는 안부 카톡. 직설적으로 묻지 않는 친구들의 가려운
표정들. 말을 참는 엄마의 달싹거리는 입술 등등.
이 특별함은 자격지심이라는 부록까지 달고 있었고 의도하지 않았으나 뾰족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고대(苦待)가 찾아오지 않는 일상은 지리멸렬하게 이어졌다.
나는 일 년 전 결국 휴직을 결정했다.
불임의 원인이 마치 나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 고민을 오래 했다.
둘의 문제였지만 휴직을 결정하니 진짜 나만의 일처럼 돼버렸다.
나는 회사 대신 불임 클리닉에 다녔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호흡과 자궁 건강에 좋다는 동작을 배우러 요가원에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