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써먹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인 바이럴 마케터라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이 좋았다. 4년 전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당시, 나는 아주 단순하게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바이럴 마케터로 광고대행사에 첫 입사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마케터로서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블로그를 활용해 포털에 상위노출을 시키는 일이 주 업무였고 직접 원고를 쓰거나 하청업체한테 받은 원고를 재가공하여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있었다. 처음에 제대로 업무 파악을 하기도 전에는, 신입 버프 덕분인지 그저 글을 쓰고 포털에 상위노출시키는 일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들어간 회사는 사람들을 글 쓰는 기계로 대체하고 소모시키는 곳에 불과했고,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상위노출만을 위해 내용 없이 로직에 맞춰 기계적으로 양산되는 글들, 그 이상 배우지 못하는 업무 환경에 회의감을 느껴 1년여 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 후 이직준비를 하며 계속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과연 이걸 다른 곳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3년이 지난 후, 그 의문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다.
써먹을 수 있는 분야는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다양하고 심지어는 그것을 강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후 직무 영역을 확장하며 유용하게 써먹었던(?) 바이럴 마케팅 활용법 3가지를 공개할까 한다.
바이럴마케팅 활용법 3가지
어떤 회사든 대부분 자사의 브랜딩을 위한 채널을 가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 등 다양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도 아직까지는 무시할 수 없는 브랜딩 채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네이버 블로그'일까? 티스토리, 노션 등 다른 포털의 블로그도 존재하는데 말이다.
22년 1월 기준, 검색 엔진 점유율에서 네이버가 약 48%로 1위, 구글이 약 40%로 맹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나 곧 네이버 독점 체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 이는 유튜브의 선방과 크롬 웹브라우저의 사용량 증가, 네이버에서 양산되는 저품질 콘텐츠들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아직까지는' 국내 포털 점유율 1위이며,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네이버 블로그를 브랜딩 채널로 운용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의 소식을 노출하고 브랜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키워드만 잘 잡고 상위노출을 시킨다면 최적의 채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품질의 광고성 콘텐츠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정말 도움이 되고 유익한 실용적인 정보성 콘텐츠를 꾸준히 상위노출 시킨다면 충분히 유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면서 도움이 되는 정보성 키워드를 선별하고, 이를 상위노출 시키는 것이다. 네이버 상위노출 로직을 잘 알고 있다면 바이럴 마케터로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 물론, 포털은 저품질의 콘텐츠를 배제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로직을 업데이트하고 최근에는 스마트블록을 도입하여 더욱 대행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스마트블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나중에 따로 챕터를 구성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바이럴 마케터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아닐까 한다. 1인 미디어 시대에 누구든 자기 채널을 만들고 브랜딩 할 수 있게 되면서 인지도 있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도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물론 갑질, 의무 불이행 등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조금이라도 광고비를 줄이고 고효율을 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는 잘만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이드' 제작이 중요하다. 어떤 키워드를 요청하느냐, 어떤 콘셉트와 사진, 영상을 요청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 블로그를 약 2년간 운영하며 취미 삼아 체험단을 종종 했었는데 회사마다 주는 가이드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검색량이 거의 없는 키워드를 주기도 했고, 어떤 곳은 제공받은 제품의 특징을 1부터 10까지 아주 세세하게 언급하며 꼭 강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네이버 상위노출을 목적으로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가이드를 보내는 곳도 많았다.
키워드, 제공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의 USP를 제대로 녹여 가이드를 작성하는 것도 바이럴 마케터의 일이다. 콘텐츠가 단순히 배포 수준에 그칠 것인지, 이후 2차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이 가이드에서 판가름 나며, 이 부분을 캐치하느냐 못하느냐도 그 이후 마케터의 영역 확장이 가능한지를 결정한다.
90년대생이라면 2000년대 중후반, UCC의 인기를 기억할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서 촬영해 편집한 영상, 길거리에서 찍은 재미있는 영상 등이 PC를 통해 퍼지며 유행했던 적이 있다. UGC는 사용자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를 의미하며 UCC의 진화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없이 다양한 광고에 노출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의 광고콘텐츠는 이제 웬만해서는 크게 고객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아무리 설명해봤자 정말 인지도 있거나 검증된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다 비슷비슷할 뿐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직접 쓰고 경험한 후 만든 콘텐츠가 신뢰를 얻기 좋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2번, 인플루언서/체험단 마케팅이 제대로 선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제대로 제작되고, 이를 바탕으로 질 좋은 UGC콘텐츠가 생성되면 이를 2차 가공하여 SNS콘텐츠, 배너, 상세페이지, CRM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기획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직접 생성한 콘텐츠를 2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
첫 회사를 퇴사하고, 마케터의 첫걸음을 바이럴 마케터로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적도 있었으나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배운 키워드의 중요성과 네이버 상위노출 방법이 이후 마케터로서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데 강점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기에, 현재에 안주한다면 그 이상의 배움은 귀찮고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계속해서 배우고 확장시켜가려는 자세, 특히 변화의 흐름에 한가운데에 있는 마케터는 더욱 그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