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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r 18. 2019

너 초심을 잃었어

나는 오늘 초심을 버리기로 했다


 처음 시작할 때 다짐한 그 마음을 다들 초심이라고 한다. 초심은 그 자체로 빛나면서 순수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맑은 빛을 잘 잃어버린다. ‘너 초심을 잃었어.’ 이 말을 스스로 하면 재시작을 위한 결심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들으면 대게는 불평이 섞인 비난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정말 초심은 잃으면 안 될까? 처음 어떤 일에 뛰어들 때, 우리는 무한한 긍정에서 오는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뜬구름 같은 목표를 잡는다.


'비틀즈 같은 팝 밴드가 되겠어요.'

‘퀸 같은 록을 하겠어요.’

'세상을 감동시키겠어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겠어요.'

'이 분야의 일인자가 되겠어요.'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무식하니 용감했다. 거장의 작품을 보며 나도 이런 걸 밥 먹듯이 만들 거라고 말했다. 그의 화려한 인생을 훔치고 싶었다. 그를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열광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잠을 자지 않아도 계속 도전할 힘이 생겼다.




     


 나는 인생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전율을 기억한다. 배우가 내뱉는 대사 한 마디, 연출 하나하나 다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처음의 설렘과 충격은 그대로 유지될까? 아니, 아무리 좋은 명곡도 질리고 대단한 충격도 결국 무뎌진다. 당신의 상황이 변하면서 처음의 감동도 빛을 바란다. 초심도 똑같다. 예상 못한 변수에 당신의 기대는 다치고 소용돌이 같은 상황에서 눈은 점점 현실에 맞춰진다. 그러면 곧 옆에서 이런다. ‘너 변했어. 처음의 그 눈빛과 달라.’


 변하지 않는 초심이란 영원한 젊음 같다. 사람들은 젊음이 소중하다 생각하며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도 우리는 결국 늙고 퇴색한다. 그 사실에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으며 젊었던 옛날을 미화한다. 온갖 방법으로 떠나가는 젊음을 잡으려 애쓴다. 이렇게 영원한 젊음에 집착하는 삶은 비참하다. 이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내가 늙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얼굴에 쌓이는 주름을 받아들이기로 할 때,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을 맞을 수 있다. 마찬가지다. 현실에 빛바랜 마음을 계속 부정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더 괴로워질 것이다. 결국 초심이 변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처음 결심한 목표에만 맞춰 산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 인생은 가치가 없게 된다. 그럼 무슨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이 일은 정말 진심으로 할 거야. 더 이상 진심이 아니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거야.'


 사실 초심을 지키는 것보다 진심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 우리가 어떤 일에 뛰어들면 주변의 시선과 현실의 돌팔매질에 맞아 몸이 너덜너덜해진다. 또, 멀리서 봤던 꿈의 필드가 막상 보니 똥통일 수 있다. 싫으면 포기하면 된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를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진심이 아닌 일을 계속하고 시련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처음의 초심을 꺼내보면서 ‘그래, 견딜 수 있어. 나는 꼭 성공할 거야.’라고 다짐한다. 물론 그 일을 하다 보면 세계적인 일인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방구석 일인자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도 우리는 그 일이 좋은가?




 멋모르는 긍정으로 쌓은 목표는 쉽게 무너졌다. 처음의 감동과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사라졌다. 대신 결과가 어떻든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다. 템포도 느려지고 여유가 생겼다. 그러자 누군가는 초심을 잃었다고 말했다. 맞다. 대신 나는 초심을 잃은 자리에 ‘진심’을 채웠다. 끝이 어떻게 되든 좋다. 내게는 뭐가 됐든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진심이 있다. 구태여 초심이 어디 갔는지 물어보지 말자. 우리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진심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혹시 나는 죽은 진심은 외면한 채, 초심만을 어루만지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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