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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by 방구석여행자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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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한 복수심, 증오에 불타 올랐을 때의 심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짧은 문장과 페이지마다 꽉 차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미워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때의 내 마음 상태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어떤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친구에게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권법으로 그 친구를 미워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밥을 먹을 때, 신나게 놀 때, 목욕을 할 때, 잠을 잘 때도 그때 들었던 그 “꼴도 보기 싫어”라고 한 말 한마디와 그 친구의 얼굴이 계속 생각이 났다. 그리고 미워하기로 시작한 이후 미워하는 감정이 너무나 커져서 마음전체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똑같이 미워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음이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그래서 아이는 그 친구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정말 꼴도 보기 싫고 옆에 같이 있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 누군가를 미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아이의 친구처럼 “나 너 아주 꼴도 보기 싫어”라고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말했을 때는 몰랐다. 이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는. 그리고 나중에 “꼴도 보기 싫어”라고 말한 후 그 사람이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그 사람이 진짜로 꼴도 보기 싫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나도 그렇게 말하면 뭔가 좀 관계가 개선되고 내 마음이 편해질까 싶어 그렇게 말을 했었던 건데 오히려 밥 먹으면서도, 잠자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과 대화를 했었는데 그 사람이 그랬었다. 이 책의 아이처럼 ”꼴도 보기 싫어 “라고 들었던 그날부터 계속 그 말과 나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계속 생각이 났다고.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밉지가 않았다고 했다. 나도 미워하지 않기로 다짐을 한 이후 다시 내 마음을 돌아봤다. 사실 그 “꼴도 보기 싫어”라고 무심코 내뱉었던 그 말 한마디는 ‘나한테 한번 더 신경 써줘’ , ‘관심 좀 가져줘’, ‘나도 힘들어’라는 마음의 소리였음을.


우리는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때 소중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할수록 더 칼날의 비수를 꽂는다. ’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면 이 사람이 날 더 봐주겠지 ‘라는 마음에서 일까?


누군가에게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받을 상처를 생각하며 말의 중요성,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함을 생각해 볼 수 있던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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