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니 JJUNI Sep 25. 2024

EP22) 손님! 저 카페한지 1년이나 됐어요!

1년이면 초보 딱지를 떼어도 되는걸까요?

2023년 9월 1일,

한참 가족들이 영업하던 가게를 잠깐 멈추고 인수받을 준비를 했던 날.

저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한 가지만을 생각했어요.

“그냥, 내가 행복하고 좋은 공간을 만들자.”


그리고 그 결심을 한지 벌써 1년.

저는 34평 카페를 운영하는 1년차 자영업자. 김사장이 되었습니다.


사실 힘든일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SNS속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가거나 주말에 놀러다니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고,

자꾸만 망가져가는 제빙기, 기계들. 깨지는 컵과 접시들을 보면서 얼굴을 쓸어내렸고,

청소.청소.청소.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되어가는 가게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던 날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2024년 9월 말에서 다시 한 번 가게를 둘러보며 생각했어요.

‘나는 정말로 이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 곳에서 일하는 나는 행복한가.’

대답은 YES,  물론 아직도 가져다가 버려 버리고싶고 (웃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내고 싶은 날들이 있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일하는 이 공간을 마음껏 사랑하고 있어요.


1년차 사장으로써 가장 달라진 점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

무언가를 책임진다는건 제가 처음 시작했던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무언가가 부셔지기만 해도 멘탈이 흔들려 주저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던 적도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관련된 꿈을 매일같이 꿔가며 수면부족에, 과로에 시달린 적도 있었죠.

그러다보니 늘 예민해지고, 손님들한테 ‘그저 그렇게‘ 대응하며 음료를 드렸고

주변 사람들도 저를 피하며 가게에 잘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이 가게를 저한테 떠넘긴 가족들을 원망했어요.

“왜 나한테 이거를 하라고 했어.” “왜 등떠밀어서 하게 했으면서 같이 책임져주지 않아?”

하지만, 결국 가게를 하기로 [결정]한건 저였으면서도.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기 급급했죠.


지금의 김사장은 조금 달라요.

무슨 일이 생기건 그 이후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죠.

침착하게 상황을 보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 이게 제가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가장 가지기 어려웠던 마음가짐이었어요.

온전하게 누군가를 의지했던 지난 날들과는 다르게, ‘사장’이라는 사람이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

가장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던 일이 온전한 저의 몫이 되어버린거죠.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야. 무슨 대가가 있던지간에 내가 해결해야 해.’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래. 관련된 사람을 아는 가족들을 찾아서 연결해달라고 하자.’

물론. 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아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는 해요.

그러나, 원망하거나 책임을 미루는 바보같은 짓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는답니다.


그 뒷면에는 수입의 안정성도 어느정도 있는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번다 가 아니라

[이 시기에는 이정도는 벌 것이다] 하는 예측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침착하게 계획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죠.


늘 말하지만, 저는 많이 벌지 않아요!

1년차인 지금도 ‘썩 잘 번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 재미있게 일하면서, 어느정도 번다’ 정도로만 이야기해둘게요.


1년차 김사장의 다가오는 가을, 겨울.

어떻게 지낼지 기대가 되네요. 모두 지켜봐주실거죠?

많은 일들이 있던 1년을 응원해


작가의 이전글 EP21) 일 매출 8만원. 어떻게 살아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