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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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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01. 2020

고양이 R

10화

어둠 속 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게 다 똥 때문이다. 어두워지면 인간은 사라졌다가 밝아지면 돌아왔다. 인간이 들어오면 구석에 숨어 숨을 죽이고 털을 세우고 웅크렸다. 인간이 없을 때는 잠을 자고 구석에 가서 살그머니 똥을 쌌다. 똥은 조금씩 쌓여서 똥구석이 되었다. 밤에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바스락이를 먹고 한바탕 반짝이들 위에 뒹굴고 나서 똥을 싸면 기분이 좋았다. 코점박이가 와도 떨지 않을 것처럼 나는 혼자 으쓱댔다. 

   

반짝이 재미는 금방 식었다. 사실 모양만 그럴 듯 했지 대체로 맛이 없었다. 푸석푸석하거나 딱딱하거나 질겼다. 맛없는 바스락이 일수록 반짝반짝 요란했다. 맛은 없어도 견딜만했다. 그러나 뭔지 이상했다. 자꾸 밖이 궁금해서 몸이 달아올랐다. 한번은 인간들이 있을 때 통로까지 나왔다가 화들짝 놀라 얼른 구석으로 숨기도 했다. 나를 깜장이라고 부른 인간을 만난 일도 그 무렵이다.   


_이게 무슨 냄새지? 어제부터 노린내가 계속 나

_뭔 냄새가 난다고 그려. 어디 구석에서 쥐똥이라도 썩고 있다면 모를까. 아침에 못 봤어? 봉지들이 뜯기고 찢기고 먹다 만 게 널렸잖어. 인간이 엄벙듬벙혀니께 가게도 이 모냥이구

_뭔 말만 하면 내 탓여. 딴 집은 얼매나 깨끗혀?

_이 여편네야. 구석구석에 먼지 엉켜서 처박힌 것 좀 봐. 한 번 갖다 쑤셔두면 끝이니께

_그러는 댁이 좀 치워보시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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