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이젠 코점박이도 노랭이도 없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묶인 그 자리에서 밥 먹고 똥 누고 조는 일뿐이다. 슬슬 성질이 났다.
_양, 양. 양. 양. 양. 양. 야아앙. 야아앙!
바닥을 박박 긁었다. 발톱이 시큰시큰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목을 쭉 늘렸다. 머리끝이 훅 달아올라 뜨끈뜨끈했다. 눈앞이 빙빙 돌고 다리가 후들댔지만 나는 다시 뒷발에 힘을 꽉 주고 목을 길게 뺐다.
_야아 아아 양! 야 아양! 양! 양! 양아 양~ 야앙! 켁, 켁, 켁켁켁
겁 많은 나는 힘도 못 쓰고 앉았다 일어났다 인간 눈치만 봤다. 어느 날 잘난체 하는 인간은 내 목에 감긴 물건을 풀어주며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_깜장아, 이젠 여기가 너그 집인 거 알자? 똥만 요기다 누면 돼야. 너 줄라고 맛난 밥도 샀어. 마당에도 곧 나가고. 어구 어구, 울 깜장이 착하기도 혀라
그날 밤, 마침내 내 속에서 뭔가 미룰 수 없이 요구하는 때가 왔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나는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 같았다. 크르릉 쾅. 쾅. 크릉~ 바깥을 다 깨부수듯 물줄기가 집을 촥촥 때렸다. 고양이는 시끄러운 건 질색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지들만 있는 줄 알고 떠드는 건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그런데 이건 인간들이 내는 소리 같지 않았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털이 곤두서면서 조바심이 났다.
덜컹덜컹, 쿵, 쿠르릉, 촥촥,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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