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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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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09. 2020

고양이 R

15화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애 아래로 뛰어가 웅크렸다. 얘는 이 난리에도 말이 없고 꿈쩍도 안 한다. 생각보다 쎄다. 이 집 인간들이 문을 닫고 들어간 쪽을 바라봤다. 문짝이 유난히 커보였다. 몸을 붙이고 꼼짝 않는 애가 고함을 질렀다. 


때~엥~ 때~엥 땡~엥~      


야아 아 아옹! 인간들은 저 문 쪽에 있는 걸까? 눈을 크게 떴다. 쿠르릉, 쿠릉, 촤악~    

  

_야아 아아 아옹!  야아 아 아옹~        


노랭이와 코점박이, 걔들은 어디로 갔을까? 따듯한 노랭이 몸이 그립다. 살갗이 쓰리도록 떨리는 날에는 어둠 아래서 몸을 포갰다. 노랭이가 잠이 든 것 같으면 나는 노랭이 품에 얼굴을 갖다 댔다. 노랭이는 슬며시 내 머리를 보드라운 앞발로 쓰다듬었다. 바득바득 이겨보겠다고 앙앙 대다가도 우리는 서로 기댔다. 인간도 그런 줄 알았다.           


덜커덩~ 쿵. 쨍그렁~ 쫘아악~      

    

이상하게 생긴 애들이 열린 문으로 막 들어왔다. 팔뚝이 떨어지고, 눈깔이 뒹굴고, 얼굴 없는 입이 날아다녔다. 머리 없이 퍼덕이는 것, 다리 없이 걸어 다니는 것, 형체도 없이 깔깔깔 소리만 큰 것이 이리저리 붙었다 떨어졌다 했다. 작고 큰 것, 둥글고 뾰족한 것, 물렁하고 딱딱한 것이 머리 위로, 바닥으로, 옆으로 슉슉 지나갔다. 눈을 크게 뜬 인간들이 문 저쪽에서 나와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_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다구! 나야 나, 깜장이. 야아~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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