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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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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11. 2020

고양이 R

17화

기운을 내서 다시 꼬불꼬불한 길을 걸었다. 어떡하든 밥을 먹어야 했다.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큰문이 열린 집을 슬쩍 들어가 벽에 붙었다. 갑자기 안쪽 문이 확 열렸다. 인간이다. 숨을 고르고 실눈으로 지켜봤다. 젊은 인간이 아이 손을 잡고 큰 문을 나선다. 아이는 다리에 힘을 팍 주더니 엉덩이를 뒤로 뺐다. 꼭 내가 묶여 있을 때 꼴이다. 


인간이 칭얼대는 아이를 덥석 안고 문 밖으로 나간다. 이때다 싶어 꼬리를 쭉 세우고 열려진 작은 문 앞으로 갔다. 더운 김이 훅 끼쳤다. 냉큼 들어갔다. 바스락. 깜짝 놀라 안쪽 구석으로 달려갔다. 여기서 바스락이를 밟다니 신기하다. 여기도 다리가 네 개 있는 애가 있네. 앞발로 쓱 건드려 봤다. 다리가 네 개 달린 애는 가만히 있다. 얘도 움직이지 않구나. 다리 아래에서 방금 바스락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바스락이는 소리만 크지 내가 물고 뜯고 할퀴어도 나에게 꼼짝 못 한다. 다 시시한 애들이다.          


나는 등뼈에 힘을 좀 주고 다리 밑에서 나와 살포시 걸으면서 바닥에 널린 이것저것 냄새를 맡았다. 모두 별로다. 아까 밟은 바스락이를 앞발로 툭 찼다. 옆으로 힘없이 밀려난다. 앞발 발톱으로 바스락이 몸통을 꽉 찍어 사정없이 뜯었다. 와작와작 바스락이 살은 바삭바삭했다.          


_타_타_타_타_탁. 아유, 추워. 쾅~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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