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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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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12. 2020

고양이 R

25화

동네가 다시 조용해진 건 털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다. 뭉터기로 빠진 털은 너울대는 애들에게 너울너울 날아가 붙었다. 이빨이 뾰족해진 애들이 내 살을 깨물었다. 젖 먹을 때마다 깨물더니 나중에는 발이며 뺨이며 귀를 씹었다. 애들은 저들끼리 할퀴고 양~ 양! 양양! 성질을 냈다. 어둠이 희뿌연 즈음에 애들을 데리고 조용해진 길 아래로 내려왔다. 바닥에 주저앉은 집 사이로 끈적끈적한 바람이 성큼성큼 날아다녔다.   

  

우리는 엉거주춤 섰다가, 넘다가, 걸었다. 큰길이 저만치 보이는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집안이 환했다. 애들을 진정시키고 나 혼자 높은 장벽을 뛰어 넘었다. 나는 인간을 믿지 않지만 목구멍은 인간을 믿어보라고 뱃속에서부터 막 밀어붙였다.   


_뭐여, 고양이 우는 소린데?

_아이고, 또 버리고 간 고양인가부다. 어쩌지, 어쩌냐. 어휴~

_다 없어진 것 같드만. 시청인가 뭔 단체인가에서 다 잡아갔잖나벼

_숨은 애들도 있었겠지. 어떡하지? 울 집 가까인데?   


얼굴에 털이 난 인간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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