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가 없는 동안 사무실 책상 서랍을 임의로 열어보거나, 내가 검토 중이던 중요한 계약서를 들여다본다면 누구나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런 중요한 문서를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마치 내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로지 이것을 훔쳐보는 사람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물쇠와 같은 시건장치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외부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내부 구성원이 행여나 윤리적 한계를 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이러한 물리적인 잠금장치들의 역할은 외부의 침입에 따른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내부의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완전해지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인해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불시 보안점검을 수행하곤 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부서 내 공용서류함이나 개인서랍장의 시건장치가 미흡하지는 않은지, 중요한 고객서류나 계약서류가 책상 위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보안이 요구되는 패스워드를 눈에 띄는 곳에 메모해 뒀는지 등 사소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이슈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사내 PC 나 주변 전자장비의 전원 차단여부의 점검도 포함이 되기도 한다.
불시 점검을 통해 미비점이 발견되는 구성원은 별도의 온라인교육을 실시하여 보안의식을 제고시키게 된다.
만약 민감한 개인정보의 보안 위반 등 그 위반사항이 중대한 경우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 달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 즉 개인평가의 중요한 지표)에 반영하여 구성원들의 보안 준수 역량을 강화하도록 설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검 프로세스는 초기에는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어느 순간 퇴근 전 책상을 정리하고 서랍장을 잠그는 본인을 확인하게 된다. 사용이 끝난 PC를 끄는 행동도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사무실 밖에서도 평소 정리정돈 습관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상상해 보면 어떨까.
퇴근 뒤, 상사가 순회 중 깔끔하게 정돈된 당신의 책상을 마주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을지.
평소 정리정돈과 보안의식을 유지하는 습관은 직장생활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팀장님, 메일을 받으셨을 거 같은데요.
상반기 보안점검 과정에서 PC전원 미차단 건으로 제가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내게 다가온 팀원은 어색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며칠 전에 들은 보안점검 결과에서 우리 팀도 적발이 되었다고 했는데 그 건으로 얘기를 하는 거 같았다.
"보안 점검을 그새 했나 보네요.
그럴 수도 있죠. 업무망 PC는 퇴근 전에 끄고 가도록 합시다.
전기료 절감 차원이라도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사소하다고 보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항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제가 알기로 보안점검과 관련된 온라인 강좌를 수강해야 될 겁니다.
다음부터는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