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 더군다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경우는 프로그램 소스의 선점(프로그램 소스는 개발자들이 동시에 수정을 하지 않도록 관리) 문제부터 개발, 검토와 테스트까지 꽉 짜여진 일정으로 진행이 된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문제가 발생을 했다. 막바지 검토과정에서 사소한 결함이 발견되었고, 다행히 오픈전에 확인이 되어 수정이 진행되었다.
문제는 이 발생건으로 인해 별도로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의 테스트 진행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테스트 진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소스 선점의 문제로 인해 차질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소스를 누가 선점해서 개발을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향을 받는다는 그 프로젝트의 테스트 기간은 앞으로도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확보되어 있어 서로 일정만 조율을 한다면 큰 문제없이 충분히 해결이 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실무 담당자들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 성격의 문제로 간주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사업부 본부장이 실장과 팀장들을 한자리에 불러 세워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작은 일을 너무 큰일인양 확대 해석을 하는 것이다. 정작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질책에 초점이 맞춰져 '책임' 추궁에 열중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몇몇 참석 인원들은 이 회의를 짐작이라도 한 듯 무표정한 모습이었고, 상황을 모르는 이들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반응이 본부장에게는 처음 겪는 프로젝트에 대한 조바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본부장은 IT프로젝트 경험이 없었고, 심지어 영업 프로세스도 익숙지 않았다.)
경험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작은 이변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바심이 질책으로 표현이 되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실수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실수를 계기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빨리 발견해서 조치하고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간과하는 모습에 아쉬움이 컸던 순간이었다.
물론 그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업무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라는 단순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그 전달 방식의 아쉬움은 내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나는 문득 내가 리더였다면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된 결함이라는 것은 아직 실제로 문제가 발생도 하지 않은 것이고, 이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칭찬을 받을 만한 성공적인 사례일 수 있다. 또한 일이라는 것은 서로의 이견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조율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협의하고 개선하며 조율하는 조직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자칫 담당자들에게 책임회피 성향의 업무접근을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가 같은 상황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책임 추궁이 아닌 칭찬과 격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