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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Aug 30. 2024

[엄마의 단어]문


 

: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틔워 놓은 곳.

: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




젊은 시절, 휴게소나 공중 화장실 가면 아주머니들이 문을 닫지 않고 볼일을 보는 경우 종종 있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주머니들이 앉아있으면 깜짝 놀라 죄송하다고 하고 나왔죠. 하지만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문을 안 잠그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니 그게 점점 이해되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게 되거든요. 어릴 때 아이는 엄마가 사라지는 것무서워 많이도 울었습니다. 분리불안이었습니다. 아이가 껌딱지처럼 붙어서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갔습니다. 아이가 안심할 수 있게 문을 열고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죠.


볼일을 보는 그 잠깐 동안 아이가 운다고 큰일 나는 게 아데도 아이의 울음 견디기 힘들습니다. 첫째 아이 키울 때는 더더욱 그랬니다. 그래서 문을 닫지 않고 열어 놓게 된 거죠. 볼일을 보는 것도 샤워를 하는 것도 참 오픈형으로 살았습니다. 아이가 큰 지금도 가끔 문을 닫다 말고 볼일을 볼 때가 있습니다. 확실히 닫지 않고 볼일을 보다가 살짝 열린 문을 보고 제 자신에게 깜짝 놀라게 됩니다.

"아이고.. 나도 아줌마 다 됐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휴게소 화장실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생각났습니다. 저처럼 오픈형으로 살다가 문 닫는 게 중요하지 않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모습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오픈형으로 살라고 매달리고 울던 아이는 어느새 사춘기가 되어 본인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벌컥벌컥 문을 열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들어가려고 하면 아주 공손하게 똑똑똑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죠. 상전이 따로 없습니다. 문 하나로 아이와 벽이 생기고 다가가기 어려워졌습니다.


문을 닫은 후로 아이는 부모가 모르는 비밀 늘어갑니다. 꽉 닫은 문 안에서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부모는 알 수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도 점점 알기 어려워집니다. 자기 필요할 때만 문을 열고 나와 부모에게 요구만 하겠지요. 아이가 어리든 크든 간에 문은 부모 마음대로 열고 닫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이의 요구대로 열었다가 아이의 마음대로 닫아버리는 게 문이네요.


언젠가 문을 열고 부모에게 다시 다가올 거라는 걸 알기에 기다릴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화난다고 문 세게 닫고 들어가는 꼴은 너무 보기 싫은데 어떡하죠?


 


: 부모 마음대로 열고 닫기 어려운 것

: 부모와 아이 사이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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