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짧은 생각
이번주 화요일은 소영의 생일이었다.
좀 부끄럽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편지를 썼고, 꽃을 산 다음. 초를 꽂은 케익을 가져다주었다.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소영이의 생일주간.
평소보다 훨씬 빨리 출근해서 회사 뒷산을 산책하면서 올해 편지엔 어떤 말을 쓸까 고민했다.
올해 느낀 건 편지에 뭘쓸지 고민하는 내용과 결국 써내려간 문장이 매년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소영이에 대한 내용을 쓰고 싶은데, 쓰다보니 자꾸 주어가 나로 바뀐다.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라거나,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는 다짐들.
그래서 소영에게 쓰는 생일 편지는 '축하'보단 '감사'의 메시지로 변해버린다.
올해도 소영의 생일날에 소영을 생각하며 나를 생각했다.
다음주에는 같이 살 집으로 이사를 간다.
큰 변화를 앞두고 누구나 그렇듯, 실감은 전혀 나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같은 공간에 머무는 일이 익숙해질 테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런 일상이 실감이 날 것 같다.
또 이번주에는 저번에 녹음했던 <우리도 사랑일까> 팟캐스트를 들으며 내가 떠든 말을 다시 들었다.
이별을 다룬 로맨스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나는 또 이별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보며 또 같은 말을 떠들어댔다.
운명론적 사랑 그런거 말고,
사랑할수록 더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주장.
나는 여전히 사랑에 관한, 소영을 향한 저 생각을 지지한다.
이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새롭게 탐구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새롭게 바라봐줄 수 있어지는 것 같다.
내가 소영이를 설명하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탐구심이 사라질 것 같다.
앞으로 소영과 일상을 보내다보면 소영에 대해 아마 더 많은 걸 알게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저 마음을 더 견고히 하려고 한다.
소영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리고 곧 다가올 이사를 기다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