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이 별 사이에 나는 흔들리다.
몇 해전 일이다. 헉헉 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는데 한 아이의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심장은 괜찮아요?"
"네??"
갑자기 심장이 괜찮냐는 질문에 지금 산에 오를 때 심장에 무리가 있는지를 여쭤보시는 건지, 아니면 내 심장 상태를 여쭤보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수술받고 활동하면서 폐동맥 고혈압이나 부작용이나 불편한 곳은 없어요?"
"네 ^^ 수술받고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괜찮아요. 처음에 폐동맥 고혈압 때문에 비아그라를 2년 정도 먹었어요. 지금은 이제 끊은 상태고요. "
"우리 아이는 남자 아이라 그런지 비아그라 약을 먹고 많이 힘들어해요. 약을 써야 좋아지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 대체 약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비아그라'
우리처럼 심장이 아프거나 그 외 치료 목적으로 비아그라를 사용한다는 걸 폐동맥 고혈압 때문에 알게 되었다. 진단을 받아도 비보험이라 약값도 만만치 않았다. 한 달 약값이 30만 원을 훌쩍 넘어가니 2년 동안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그 약이 나에겐 치료제였고 그 약을 먹어야지만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몇 년이 지났을까? 그 아이가 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그래도 난 그 아이가 건강하길 바랬다.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등교도 하고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를 누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동지로서 간절히 기도했다. 종종 소식을 들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 감사했다. 이제는 나의 동지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좋아했던 소녀, 엄마밖에 모르는 성인 껌딱지 소녀가 나에게 들려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들으며 입원에서 만난 그 소녀도 별이 되었다. 퇴원하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고 나에게 얘기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일 같지 않다.
영면에 든 그 소년을 생각하며 하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을 텐데.. 꿈도 있었을 텐데..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했을 텐데… 한동안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한 번도 얼굴은 본 적 없지만 그 소년의 엄마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 울린다. 그리고 난 기도한다.
부디 그곳에선 편히 MZ 세대답게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고… 먹먹한 가슴으로 눈물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