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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우리 Apr 02. 2024

나의 심장은 안전한가?

빈혈은 또 다른 숙제.


DORV [ double outlet right ventricle ]

양대혈관우심실기시증.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에서 나오는 선천성 심기형이다.


나의 최초병명은 DORV로 시작해 폰탄 수술을 거쳐 현재 기계판막과 심박동기를 삽입한 상태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좌심실과 우심실이 모두 있지만 난 심실이 하나밖에 없어서 단심실로도 불리곤 한다.

스물셋 나이 때 난 판막성형을 했다. 일종의 보수공사(?)라고 얘기하고 싶다. 역류현상도 있었지만 심장이 비대해져서 성형이 필요했던 상황, 그때 처음으로 판막성형과 함께 심박동기 삽입을 하게 되었다.


난 지금껏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부모님이 포기하지 않으셨고 의료진분들이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신 덕분이라고 난 늘 이야기한다. 모든 상황들이 맞지 않았다면 나의 온전한 삶을 장담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사회활동도 하면서 꿈 많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바빴다. 다시 한번 브레이크 타임이 돌아왔다. 서른여섯에 난 기계판막과 심박동기 전체 교체 수술을 또 한 번 받게 되었다. 나이 듦에 따라 심장도 약해졌고 판막 사이로 피가 역류되면서 심장판막이 이제 닫히질 않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닫혀야 하는 판막은 마치 문틈으로 비가 새듯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역류현상이 심각해지면 판막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기에 난 다시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난 기계판막과 심박동기를 모두 삽입했고 '사이보그'라는 귀여운 별명도 생겼다. 15시간이란 수술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 부모님과 이벤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으로 중환자실에서 15일 동안 나를 돌봐준 의료진들이 없었다면 지금 난 나의 결혼, 나의 미래가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불청객이 찾아왔다.

평생 나의 심장을 걱정하며 지키며 살아온 시간과 세월을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게 해 준 새로운 병명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빈혈이다.

철결핍성 빈혈의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먹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진척이 없다. 철에 좋다는 음식도 먹어보고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빈혈사태. 지금 난 빈혈의 정체성 앞에서 혼돈스러울 정도이다.


얼마 전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정기검사(혈액검사, 심전도, 엑스레이)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유난히도 떨렸다. 새롭게 시작한 심부전 평가는 수치가 많이 내려간 반면 철분제를 꾸준히 먹은 거와 달리 빈혈은 더 심각한 수치로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어버렸다. 모니터 결과를 보며 교수님은 철분약도 약이지만 철에 좋은 음식을 조금 더 보충해 보자고 말씀해 주셨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부심 있게 나의 심장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질 지켜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빈혈이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지,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아직도 물음표인 상태이다.

빈혈의 끝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일단 약을 복용하면서 철에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설 수밖에,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숙제이다.


큰 숙제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커다란 창문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봄을 선물해준다.

엊그제 같은 3월이 지나 4월이 되었고 봄의 찬란이 시작되었다. 집 앞 공원에는 목련 꽃을 시작으로 벚꽃들이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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