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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은 '체크인'에 진심이다

예비조합원의 듣는연구소 관찰기 3화

by 듣는연구소

저희는 매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체크인’을 하는데요. 돌아가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공유하는 시간이랍니다. 일상사나 개인사부터 흥미로웠던 연구 주제나 생각해 볼 지점까지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지요. 때로는 전체 회의 시간의 1/3을 차지할 때가 있을 정도로 모두가 이 체크인에 진심이더라고요. 길고 밀도 높은 체크인의 정통은 아마도 듣는연구소의 연구 방향성이나 지향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미소 님 말에 따르면,


“개인의 삶과 직장 동료로서의 삶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요. 그걸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응원하는 관계 속에서 연구하는 걸 지향하죠. 그래서 우리가 협동조합으로 창립한 것이기도 하고요.” (미소 연구원)


라고 하네요! 언뜻 굳이 그 형태를 만들고 유지하기 어려운 ‘협동조합’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원들에게, 또 이 조직에게 연구가 어떤 의미인지가 잘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엄청나게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상근 멤버 두 분이 체크인에서 나눠주셨던 이야기를 공유해볼게요. 함께 체크인에 진심인 연구원들의 명절 연휴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미소 연구원의 추석 나기


“얼마 전에 고양이 ’밤‘이를 입양했는데, 그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고은 님에게 SOS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요. 이번에 제가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하나 시도해 보고 그 반응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게 되더라고요.


밤이는 아직 인간이 많이 무서운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 집이 복층인데, 어제부터 2층에서 저희를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인기척이 들리면 바로 숨숨집에 숨기 바빴거든요. 어제부터는 날씨가 또 좋아져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기도 해요.


(고은: 추석 연휴에 연구나 공부를 하셨나요?) 푸하하하. 아니요? 책을 읽으려고 쌓아만 두었어요.

아, 고양이 공부를 엄청 했어요.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데요. ‘오드캣 스토리’라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그걸 보고 나니 고양이는 애들마다 천차만별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


1.jpg 밤이 뭘 먹을지 고민 중이다


2.PNG 밤이가 보금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


희원 연구원의 추석 나기


“집안사로 우당탕 명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명절이 엄청 길었잖아요. 몇 년 전에도 비슷하게 진짜 길었던 명절이 있었어요. 그때 회사 다닐 때였는데 열흘 정도 쉬어 보니까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열흘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거예요. 연휴 앞뒤의 주도 너무 바쁘게 지내게 되고요. 회사에 있을 때랑 회사 밖에 있을 때 연휴에 대한 체감이 되게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연휴 때 일을 많이 해야지 생각했지만, 그냥 쉬었어요. 근데 잘한 것 같아요. 쉬고 오니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연휴가 끝나고 나서는 왜인지 몸살에 걸렸네요. 올해 5월 연휴 때도 힘들었거든요. 이제 연휴가 나랑 안 맞나? 억지로 출근시켜야 몸이 굴러가나? 싶네요. 저는 집에 있으면 그냥 눕는 스타일이거든요. 연휴가 끝나고 ‘갈 곳이 있어서 참 좋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은: 추석 연휴에 연구나 공부를 하셨나요?) (미소:푸하하하) 연구나 공부요? 연구는 안 했고. 연구랑 아무 상관 없는 책을 오랜만에 읽었어요. <<굴드의 피아노>>라고. 공익적인 것과 상관없는 콘텐츠를 끝까지 다 읽은 게 되게 오랜만이었어요. 좋은 음악을 찾아 들어보기도 했고요. 연구 생각도 뭐, 했겠죠? 기억은 안 나요.”

3.jpg 희원 연구원님과 함께 사는 럭키가 연휴 맞이 열심히 산책 중이다.


4.jpg 희원 님이 연휴에 읽으셨다는 책. 왜 표지 사진이 아니라 서지 정보를 보내주셨을까?




고은 연구원(본인)의 추석나기


저 또한 별다른 글쓰기를 하지 않는 연휴를 보냈답니다. 본래 계획은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원고를 많이 써두는 것이었는데요. 추석 연휴 내내 잠만 잤네요. 아, 미소 님처럼 고양이 돌봄도 했군요. 마당에서 돌보는 길고양이들 겨울 준비를 했어요.


2026년이 다가오고 있어서 다이어리 고민도 많이 했답니다. 제가 또 다이어리 유튜브를 하고 있거든요. (‘또롱이네 가재도구’ 많이 봐주세요 호호^^)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의 생활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9월부터 듣는연구소에 들어오면서부터 생활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 달라진 생활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내년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에 관해 생각했답니다.


체크인을 쭉 들어 보니, 아무래도 연구원 모두 추석 연휴 동안 ‘나 연구’를 하느라 바쁘셨던 것 같지요? 아무런 연구를 안 했다고들 말했지만, 사실 연휴라는 비일상적인 일상에서까지도 무언가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찐’ 연구원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네요. (혹은 연구원의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지도…?)


6.jpg 마당에서 함께 사는 달록이와 알록이는 아들과 엄마 사이다


5.jpg 유튜브 채널 ‘또롱이네 가재도구’에 가면 고은 연구원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쓰는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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