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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연구소가 가본 종로3가 비건 맛집

예비조합원의 듣는연구소 관찰기 5화

by 듣는연구소

1화에서 소개한 것처럼 듣는연구소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3가는 정말 특이한 곳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퀴어의 게토이기도 하고요. 목에 사원증을 건 직장인들, 관광을 온 외국인들, 승복을 입은 스님들, 개성 넘치는 할아버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문화가 혼종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건이 식사하기가 몹시 좋은 지역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동네가 전반적으로 비건 음식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인 것 같아요. 비건들은 비건이 아닌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가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뭘 넣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갑자기 생뚱맞은 식재료가 음식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왕왕 발생해요. 식당을 하시는 분들이니만큼 모두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식재료를 분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떤 분들은 ‘고기’를 빼달라고 하면 덩어리 살점을 빼고 분쇄해서 넣어주시기도 하시는 걸 보면 말이에요.


종로 3가에는 비건 식당도 많고요. 음식점에 들어가면 메뉴 일부에 비건이라고 적혀있기도 하고, 또 물어보면 어떤 메뉴는 비건이라고 소개해 주시기도 해요. 듣는연구소 연구원님들은 비건인 저를 배려해 주셔서 매번 비건 음식점을 함께 가주신답니다. 희원 연구원님께서는 비건 맛집을 정말 많이 알고 계세요. 저와 미소 연구원님이 놀랄 때마다, 머쓱해하시며 주변에서 많이 알고 있어서 엉겁결에 알게 되었다 하시지만요. 저는 덕분에 매번 출근해서 점심 먹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어요!!


아! 이렇게나 다양한 비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저처럼 비건 불모지 동네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답니다. 듣는연구소 사무실이 종로3가에 있는 게 제게는 최고의 복지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저희가 가본 비건 맛집 몇 곳을 소개해 볼게요.



북촌가마솥 순두부의 비건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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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연구소에 왔던 날 먹었던 메뉴였는데요. 정말 너무 맛있답니다. 버섯과 순두부뿐인데도 국물이 아주 아주 진하고 풍미가 좋아요. 얼마 전에도 다 같이 점심으로 먹고 왔는데, 다들 ‘캬~’ 하면서 먹었어요. 직접 두부를 만드는 식당이고 메뉴도 다양한데 모두 비건 순두부가 제일 맛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답니다. 이제 다들 이 식당에 가면 무조건 비건 순두부를 시키세요. 겨울에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며 후끈후끈해지고요. 여름에 먹으면 냉방병 저리 가라지요!



마루자연식분식의 들깨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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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모든 메뉴가 비건이에요. 김밥도 팔고 오뎅탕도 파시는데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들깨칼국수랍니다. 저는 원래 들깨가 들어가는 메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 칼국수는 저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심하게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고소하고, 면은 쫄깃쫄깃하며 야채가 잔뜩 들어가 있거든요. 날이 추워지면 전기방석을 놔주시는데요. 마치 노천탕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잘빠진메밀 서순라길점의 100%들기름새싹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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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은 메밀 음식점인데요. 이 메뉴는 아예 비건이라고 적혀있답니다. 사진은 영^^;; 맛없게 찍혔지만, 처음 먹어보는 들기름국수의 맛이었어요! 아마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싶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데, 또 상콤달콤하니 제 입맛에는 최고였답니다. 김처럼 생긴 감태로 싸먹으면 진짜.. 진짜 맛있어요. 그에 반해 같이 나오는 김치는 엄청나게 자극적이고, 또 신맛을 더욱 강조시킬 수 있는 밑반찬과 특제 식초도 있어요.



인사동 청춘수제비의 비건손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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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은 비건 식당이 아니지만,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있어요. 손칼국수와 손수제비, 만두까지요. 저는 손짜장면을 먹었는데요. 옛날에 집에서 해 먹을 것 같은 그런 맛이 났답니다. 면에 탄력이 있으니 씹는 식감이 아주 즐거웠어요. 비건 메뉴를 시키면 비건에게는 따로 비건 김치도 준답니다. 메뉴의 사진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다 먹었더니 배가 엄청나게 부르더라고요.



행복한 비건, 듣는연구소 예비조합원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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