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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산은 Mar 15. 2021

리더는 스스로 간직하고 가야 할
선이 있다

다양한 선이 있다. 질감과 부피를 가진 시각적인 선, 길이나 방향을 나타내는 기하학적인 선, 좌우나 상하의 경계를 구분 짓는 물리적인 선, 생각과 행동을 이끄는 심리적인 선 등 다양하다. 차량 통행이 많은 날 도로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에는 길게 늘어선 차들이 인상적이다. 가지런히 두 겹 세 겹 줄지어 직선과 곡선의 흐름을 만든다. 체계적인 움직임이다. 차선이 만들어 주는 질서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점선, 실선, 이중 실선들이 방향과 경계를 짓고 넘나들 수 있는 약속이 된다. 불빛으로 이어진 그 흐름과 질서는 어두운 시간에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선의 가치이고 힘이다.

마음에도 선이 있다. 생각의 방향이나 경계를 지으며 스스로 확장하거나 절제하는 선이다. 나는 어떤 선을 갖고 있으며 그 선은 분명한가? 새로 포장한 도로나 경기 시작 전에 운동장에 선명히 그려진 선을 떠올린다. 꿈이나 목표에는 가능성을 담아내고 확장할 수 있는 점선, 사적인 욕망에는 스스로를 절제하는 실선, 그리고 타인에게 해가 되는 탐욕에는 분명한 이중 실선이 필요하다. 선이 없다면 어떨까? 혼란스럽고 끊임없이 흔들리며 충돌할 것이다. 갈등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육상경기 트랙과 같은 선이 갖는 의미와 가치다. 선이 없거나 지워진 운동장의 달리기를 상상한다. 서로 부딪치고 넘어지는 혼란이다. 스스로 지켜가는 마음의 선은 나를 나 답게 하는 힘이다. 방향과 경계를 가늠하며 자유롭게 자신의 역량을 펼 수 있게 한다. 


리더십에서 마음의 선을 생각한다. 스스로 간직한 간결한 선이 리더십을 규정하고 드러낸다. 리더는 권한이 있어 알게 모르게 주변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그 선이 분명해야 한다. 가정, 학교, 회사, 종교단체, 공직이나 정치권, NGO 그리고 다양한 조직의 리더를 생각한다. 자신의 영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확장성이 있다. 롤모델 Role Model로 확장되는 것인데 자신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 포괄적인 영향력이다. 한편,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정보가 공유되는 이 시대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감춰질 수 없고 언제라도 공유된다. 선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자신만이 아닌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하다. 삶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결과가 리더의 선이 된다. 그 힘으로 자신을 확장하거나 절제하며 그 모습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 선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한다. 흐릿하게 지워지고 사라지기도 한다. 처음엔 선명하던 차선이나 경기장의 선이 지워지는 것과 같다. 마음의 선을 지우는 것은 무엇일까? 자만, 나태, 탐욕, 무능…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요인은 탐욕과 자만이다. 대부분 자만은 성공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공 후에 마음의 선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반면, 탐욕은 무시로 작용하며 선을 흐릴 뿐만 아니라 임의로 바꾸기도 한다. 리더가 특별히 경계할 요소다. 


어떤 종류의 선이 필요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선이다. 리더십의 속성 안에 권력이 내재하기에 그 선을 먼저 생각해 본다. 어떤 범위로 권력을 사용할 것인가?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않을 것인가? 에 대해 경계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특히, 하지 않을 것에 대한 자신만의 선은 중요하다. 남용을 경계하는 것이다. 부와 명예에 대한 선도 생각해 본다. 부는 이 시대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블랙홀이 되어가는 듯하다. 수많은 가치의 왜곡이 파생하는 지점이다. 분명한 선이 필요하다. 실선이나 이중 실선으로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에 따른 부, 필요한 만큼의 부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과다한 부를 추구하는 것은 리더십에 부정적이다. 권력을 가진 리더의 부에 대한 집착은 이해충돌의 여지가 크다. 사실 권력과 부는 적절한 거리를 둘 때 각각의 가치가 온전하다. 명예는 어떨까? 명예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기보다 타인이 부여하는 속성이 있다. 대의적인 행위와 가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는 명예다. 권력과 부에 대한 선이 분명하다면 명예에 대한 선은 자연스럽게 열어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타인의 영역으로 놔두는 것이다. 다만 집착을 경계할 뿐이다. 리더에게 부와 명예는 배타적인 경향이 크며 조화되기 쉽지 않은 가치다. 리더가 부를 추구할 때 개인의 욕심이 드러나기 쉽고 그곳에 명예가 깃들기는 여간 쉽지 않다. 권력과 부에 대한 명확한 선은 명예가 드러나는 한 조건이기도 하다. 권력과 명예, 부와 명예는 가능한 조합이며 서로 보완하고 상생하는 속성이 있다면 권력과 부는 상극의 속성이 강하다. 부에 대한 탐욕은 전혀 다른 속성으로 권력이나 명예의 가치마저 무너뜨린다. 권력을 가진 리더가 추구할 것은 명예가 아닐까? 리더가 명예를 추구하는 과정에 도덕성이 발현된다. 그것은 타이틀이나 명함이 아니라 평판이다. 선이 있는 리더는 떳떳하다. 그것이 용기와 추진력이 된다. 선을 통해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감도 드러난다. 용기와 추진력 그리고 권한과 책임의 균형 속에 리더십이 드러난다. 


흐릿한 선들이 만들어내는 혼란이 크다. 부의 탐욕에 헤어나지 못하고 이해충돌을 빚는 권력자나 공직자에 관한 뉴스가 어지럽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권력과 정보를 통해 가족회사를 키우고 투기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전직 대통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탐하고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개발정보를 이용한 LH 간부들의 토지투기도 그렇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려는 탐욕이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다. 또한, 그것을 오래 지속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탐욕도 있다. 혼란이 극심한 지구촌 여러 곳에서 공통적인 모습은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의 합작품이다. 부를 가진 자가 권력과 명예를 탐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부와 명예를 탐한다. 이해충돌과 탈법의 경계를 오가며 끝없이 부를 탐하는 모습들이 있다. 그것을 오래 누리고 대를 이어 물려주려는 시도 또한 번잡하기만 하다. 권력, 명예, 부에 대한 선들이 분명하기 않고 얽혀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탐욕스러운 만큼 가진 것은 많겠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만 보면 안색에도 탐욕이 서려 있다. 70-80세에 수백억 수천억 재산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편법에 젖고 정신적인 유산이 없는 부라면 그 자녀에게도 축복일 수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에 그런 예는 너무 많다.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어느 순간 함께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무겁다.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했다. 죽을 때 자신의 빈 왼손을 관 밖에 내어 놓으라 했다는데 소유나 부의 허무함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는 남다는 용기와 포용력으로 명예를 지켜냈지만 거대제국이나 부는 흔적이 없다. 후손들도 지켜내지 못했다. 부에 대한 명확한 이중 실선을 갖고 있는가? 그것이 리더십의 명암을 가른다. 사리사욕을 위해 리더가 되려 한다면 그런 리더가 대표하는 조직은 미래가 없고 암울하다. 자신도 초라하고 결국 불행하다. 


어느 시대에도 혼란은 있었다. ‘시대적 혼란에 너무 조급해지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이 큰 것은 무엇일까? 투자 대비 너무나 미미한 효과다. 보편적인 교육과 민주제도, IT기술의 발달과 정보 접근성의 확장 등으로 구성원의 의식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과연 그것이 사회의식의 성장과 리더십의 발전으로 연결이 되는가? 그간의 투자와 노력에 걸맞게 조직, 사회, 국가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극심한 빈부격차, 가정의 파괴, 가짜 뉴스와 갈등의 확산, 성직자나 공직자들의 이기심과 몰염치는 확산되는 것 같다. 흐릿한 선이며 리더십의 문제다. 

리더십 관련 연구와 이론 그리고 책 또한 무수히 많다. 리더가 가져야 할 비전이나 소통능력, 열정과 전략, 책임감과 동기부여, 인사 및 조직관리 등 기능적이거나 기술적인 것들이다. 그 많은 정보와 교육에도 실패하는 리더십이 많은 것은 무엇일까?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것들 이전에 ‘리더로서 어떤 선이 있는가?’ 질문하는 이유다. 운전을 할 때 차선이 있어 순간적으로 방향을 잡아가듯 때로 실수할 수 있어도 리더는 자신의 선이 있어 바른 길을 추구할 수 있다. 경영자로 13-14년 여 리더의 역할을 해왔다. 소위 ‘대표’라는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돌아본 것은 대표성을 보여주기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에 대한 질문이었다. 선을 생각한 것이다. 조직의 대표라는 것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리더가 추구하는 가치가 그 조직의 이미지가 된다. 무엇을 추구한다면 포기할 것은 무엇인가도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가 있다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가늠하는 선이다. 선이 없는 리더라면 음주운전으로 차선을 무시한 채 달리는 난폭 운전에 다름없다. 보이는 모든 것을 갖겠다는 탐욕은 모든 것의 가치를 훼손하며 결국 스스로도 무너진다. 혼탁하고 어두운 시대, 리더의 선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더욱 크다. 스스로 지켜갈 선이 없다면 리더를 꿈꾸지 말 일이다. 어떤 선을 가지고 있는가? 시대를 건너는 지혜와 힘이 그 질문에 있을 것이다. 타인이 강요하는 것 아닌 자신의 선택이다. 리더는 스스로 간직하고 가야 할 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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