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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by 김인순


불타는 여름

며칠간 집을 비웠다.


음식물 쓰레기통 비우는 걸 잊었는데

돌아오니 주인이 바뀌었다.


다용도 쓰레기통, 음습한 구석, 부엌, 거실까지

초파리들, 새집 입주 잔치 한창이다.


좁쌀만 한 갈색 점들

생수통에도, 락스 병에도 경계 없는 영역.

.

분명 씨알이었는데 눈을 피해

꿈틀꿈틀 하얀 구더기


나를 보는 눈이 있는가

만지기도 전에 파르르 날아오른다.


퇴치하고 말리라

손톱으로 으깨고, 에프킬라 뿌려도


돌아서면 어느 틈에 깨어나

비상하는 작고 작은 생명이여.


얼굴에 붙은 초파리 잡으려다

찰싹 내 뺨을 치고 말았다.


몸집은 더 작게, 속도는 더 빠르게

전기밥솥에 앉았다 싶으면, 그릇 위에서 신출기몰 비행하는 너.


방어본능, 대피 본능 분명 미물이 아니다

죽여도 이어지는 그 집요한 생명, 번식 본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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