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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 있었구나

by 김인순

너 거기 있었구나


가을 햇살 고즈넉한 날

들길을 나서니

너 거기 있었구나

진한 향기 노란 감국 무더기

추수 부산한 꿀벌의 텃밭

여리고 따스함 햇살처럼 빛난다


필 듯 말 듯 어린 억새

햇살에 취하고 바람에 흔들리며

휘어져도 오뚝하니 제 자리 지킨다

여름내 푸른 손바닥 흔들던 감나무

여기저기 툭툭 붉은 얼굴 내밀어

들판의 풍요와 함께 익어 간다

하얀 구절초, 연보랏빛 쑥부쟁이

늦가을 끝자락까지

짙게 그려가는 가을 수채화


아하,

소리 없이

너 거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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