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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나래 Oct 25. 2021

예민하고 까칠한 냥냥이

까칠한 고양이 병원 데려가기

어느 김장철에 아기 길냥이들과 인연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람 넷 + 반려 가족 셋(냥이 둘, 댕댕이 하나) = 모두 일곱 식구가 알콩달콩, 때로는 우다다다, 덜컬덜컹, 삐걱삐걱, 시끌벅적이며 살아가고 있다. 

냥이들의 이름은 두루, 마리. 갈색 털을 가진 아이가 두루, 검은 줄무늬의 애교쟁이가 마리다.

둘 다 매우 까칠한 아이들이다. 두루마리의 성장 속도는 매우 쑥쑥 이었다. 두루가 잘 자라나긴 했지만 자주 아팠다. 마리는 그냥저냥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는데 두루는 처음부터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았다. 아마도 태중에 있을 때와 태어난 후 관리 부실로 그런 듯했다. 배도 불룩 나와 있고 꼬리도 짧고 꺾여 있다. 그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해서인지 높은 곳에 오를 때에는 철퍼덕철퍼덕 떨어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예민하고 신장이 안 좋은 두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이 원활치 않았다. 집에 손님이라도 다녀가면 (손님이랄 것도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나 일가친척들인데) 우~~~ 우~~~ 거리고, 구석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는다. 




게다가 이럴 때 쉬를 못한다. 밤새 냥냥 거리며 화장실에 들락날락거린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잘 몰라서 그런 상태로 며칠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에 데려가는 것도 전쟁을 치르는 수준이다. 입원시키러 병원에 갈 때도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그런 난리를 피우며 오간다. 복도가 떠나가라고 야옹거리며 이웃에게 민폐 신고를 확실하게 한다.  (이 기회를 빌어 이웃 주민께 사과드립니다~~ 냥이 병원 소동으로 물의를 빚은 점 너그러이 용서 바랍니다.) 케이지에 들여보낸 후 담요로 모든 구멍을 막아 어둡게 하고 차에 태운다. 가는 내내 야옹거리는데 그 소리는 누가 잡아먹기 전에나 내는 소리라고 봐야 한다.



길냥이들을 집에 들일 때의 두 딸과의 협상 내용은 고양이는 둘이 알아서 키우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 딸들 용돈의 대부분을 냥이 육아에 쏟아붓고 두 딸들이 빈곤한 실림을 자초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하다가 말겠지 싶었다. 그러나 반려묘나 반려견을 이쁠 때만 키워 주고 힘들 때 버리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처음에 애당초 심사숙고하고 선택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우리 딸들, 한번 집사는 영원한 집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아 가끔 용돈을 더 주곤 했다. 

직장인이 되고부터는 냥이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꼼짝없이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부양가족이 있는 가장이 된 것이다. 냥이 덕분에 인생의 쓴 맛을 잘 헤쳐나가는 게 아닌지 싶다.


두루는 그동안 두 번 입원을 했고 여러 번 통원 치료를 받았다. 약하게 태어난 탓으로 돌린다. 이 아이… 입원하면 병원비가 후덜덜 했다. 우리 댕댕이 초코 병원비는 중성화 수술과 스케일링을 같이 했을 때가 57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었다. 그러나 두루의 병원비에 비하면 그것은 새발의 피. 두루는 한번 입원하면 병원비가 의료보험 적용된 사람들의 수술비 정도가 나온다. 처음 입원시키던 날, 세상에나… 하루 병원비가 80만 원이 넘어갔다. 입원 기간 동안 컴퓨터를 통해서 두루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CC카메라를 통해 지켜볼 수 있었다. 링거를 꽂아 염증을 낮추는 치료를 받았다. 하루에 몇십만 원이나 되는 병원비 때문에 조기 퇴원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200만 원 근처의 입원비가 나왔다. 벌써 두 차례나 입원을 했으니 400만 원이 웃도는  병원비 지출이 있었다. 세상에나… K-직장인에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민감한 두루는 집에 손님이 다녀가면 쉬를 못해 우리 딸들 애간장을 녹이곤 했다. 우리 집에 방문객을 줄여야 했다. 급기야 두 딸은 특단의 조치를 생각했다.

(특단의 조치는 다음 이야기에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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