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다크한 글입니다.
우울하고, 무거운 글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두서없는 글이다.
괜히 기분 망치고 싶지 않은 분이라면, 읽지 않는 것을 권한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심지어 2004년 이후로 줄곧 1위라고 한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수'로 계산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이다. OECD국가 평균치의 약 2배다. (출처 : https://www.kdca.go.kr/injury/biz/injury/damgInfo/siSucdeMain.do;jsessionid=3B35B1A01983E3E0D9664A53C0203CA8)
통계청에 따르면 22년 자살사망자수는 약 13,000명이다. 한달에 약 1,083명. 하루에 약 36명.
통계로 잡히지 않는 수치도 제법 많을터이니 이를 고려하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읽은 적이 있다.
뒤르켐의 자살론은 자살을 '사회적 현상'(개인의 정신병리적 요인,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으로 바라보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4가지 유형으로 자살을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 개인이 사회와의 연결이 약해져서 느끼는 고립감에서 발생. (흔히 사용하는 너 참 이기적이다 라는 의미 아님)
이타적 자살: 사회적 유대가 지나치게 강함. 개인이 사회나 집단의 요구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경우. (ex:카미카제 특공대)
아노미적 자살: 아노미는 무규범 상태라는 의미, 카오스 같은 것. 사회적 규제가 약해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타남. 경제적 불황이나 사회적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 발생. (ex:경제 위기로 인한 실직자)
숙명적 자살: 사회 통제가 너무 강할 때 발생. 어떤 짓을 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ex:노예)
이기적<->이타적
아노미<->숙명적
의 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1897년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2024년이 된 지금에도 꽤나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의 이론이 21세기 한국의 상황에도 적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기적 자살은 '사회로부터 고립된 1인 가구의 자살'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는 터부시된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자살이 아니라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자살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살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그냥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한국인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심리적인 범퍼'가 없다.
문제를 직면해야 해결 방법도 나오는 것일텐데.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할 건지. 그럼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언젠가 '1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의 의료 서비스가 좋아서 자살 외 질병이 치료가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사망원인보다 자살이 높은 것임" 글쎄... 통계는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나는 저 댓글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살률은 왜 높은걸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1.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타인임.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 남과 끊임없이 비교.
2. 노인 자살률이 높음. 나이 들어서도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고,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함. 더 이상 자식에게 케어를 바라서는 안 됨. 사회가 케어할 수 있어야 함. 그리고 고립되지 않도록 커뮤니티가 필요함.
3.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문화. 실패하면 루저 취급,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음.
4. 지나친 경쟁 사회.
5. 완벽주의 심함.
6. 유교문화, 가족과의 불화.
... 그만 알아보자.
근데 자살은 왜 하면 안 될까? 생명은 고귀한 거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때는 '태어남이 내 의지가 아닌데, 죽음이라도 내 의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창 우울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정신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를 찾는 순간 인간은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지나친 고민은 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는다.)
'장동선의 궁금한 뇌'라는 유튜브 채널을 참 좋아한다. 뇌과학자이신데 뇌과학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진솔하게 풀어내는 분이라 좋다. 곱게 자라고, 공부만 할 줄 아는, 남을 가르치려 드는 전문가가 아니라 좋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있으셨기에 이야기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관심이 생긴 분들은 유튜브 세바시 특강 추천드린다.)
이 채널에서 죽음과 자살에 관한 영상을 인상깊게 봤다. 영상과 댓글 모두 인상적이다.
"그냥 죽고 싶다" "솔직히 살면서 자살 생각 안 해본 사람 있어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어쩌면 "죽고 싶다"의 숨은 뜻은 정말 죽고 싶다가 아니라,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잘 살고 싶다"일 수도 있다...는 생각.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링크<<<
https://youtu.be/ImxdRYvbi3Y?si=sKMqCTGh6GlNwcwS
https://youtu.be/IIPv5Kcrg9k?si=gN36xdauGvErM2u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