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가 2024년 한국에 필요한 이유, 공감의 부재
혹시 '미드소마'라는 영화 보셨을까요?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2019년에 개봉했으니 개봉한 지도 꽤 되었네요.
저는 넷플릭스에 풀렸을 때 봤습니다.
한때는 넷플릭스로 영화보는게 취미였는데, 넷플릭스를 해지하고 나서는 영화를 잘 안 보게 되네요.
원래 영화관도 종종 갔는데 요즘은 별로 땡기지가 않아요.
비싼 영화티켓값도 이유지만, 왜이리 볼만한 영화가 없는지...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서울의 봄'이에요. 이것도 가족이랑 마땅히 볼 게 없어서 봤답니다.
그리고 영화관 빌런들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신나게 영화 보러 가서 기분만 잡치고.
옆사람이 뭐 먹는것도 거슬리고... 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 안 간지 꽤 되었습니다.
저는 공포영화, 특히 고어물을 정말 싫어합니다. 무섭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궁금한 영화는 친구 찬스를 쓰거나 반쯤 눈을 가리고 봤어요.
그런데 미드소마는 왠지 꼭 보고 싶었어요. 용기를 내서 혼자 봤습니다.
포스터가 너무 강렬했고, 홍보 영상도 매우 인상적이었거든요.
미드소마는 공포 영화로 홍보되었고, 실제로도 꽤 잔인하고 엽기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공포스럽다기보다, "소름끼친다", "기괴하다"라는 표현이 적확한 듯 싶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의상들, 소품들이 만연한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끼치고 불쾌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현악기의 기분 나쁘고 신경 거슬리게 만드는 사운드도 한 몫하구요.
"공포영화는 어둡다"라는 상식을 깬 영화로도 유명하죠.
오히려 밝아서 더 무서워요. 더 잘 보이거든요 ㅋㅋㅋ
갑자기 개봉한지도 꽤 된 미드소마가 생각난 이유는 다음 장면때문입니다.
저에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이 장면인 것 같아요.(고어하고 잔인하고 요상한 장면들 빼고^^...)
(주인공과 친구들이 스웨덴 마을 축제에 놀러가고 어쩌고 이런 스토리는 각설하고...)
주인공 대니가 막 울어요. 거의 통곡을 하는데요, 마을의 여자들이 같이 울어줍니다.
어쩐지 소름이 끼치기도 하는 장면이죠.
그런데 이 장면은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넌 왜이렇게 나한테 공감을 못 해줘?" 종종 하게/듣게 되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 '공감'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그러게. 너 정말 힘들었겠다."
"나라도 진짜 화났을거 같아."
"네 말이 다 맞아"
이런 말들을 해주는 것?
미드소마의 저 장면을 보다 보면요, 진정한 공감이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 장면에서 마을의 여자들은 대니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말도 안 통함).그냥 같이 울어줘요.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고, 해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드소마는 힐링물이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꽤 유명할 정도죠. 물론 주인공 한정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주인공 대니에게 이입해서 영화를 본다면, 이보다 힐링물(?)이 없습니다.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같이 울어주고, 처리(?)와 복수(?)까지 대신 해주니깐요ㅎ
"너 정말 힘들었겠다"라는 말도 좋지만, 말 없이 한 번 그냥 상대방을 토닥여주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음...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를 '혐오가 만연한 사회', '대혐오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 말을 그닥 좋아하진 않습니다. 왜냐면 문제를 지적할 뿐, 해결방안은 나몰라라 하는 것 같아서요. 요즘 사회에 혐오가 너무 만연한것 같아~ 그러지 말고 우리 모두 사이 좋게 지내자! 라는 느낌이 싫습니다. 애초에 하하호호 갈등 없이 굴러가는 사회가 있을까요?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성별, 정치, 지역, 어린아이와 노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하며 싸우거나 대놓고 hate를 표출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죠.
이 현상에 대한 문제는 '공감 능력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니면 상대방을 절대, 네버, 100% 이해할 수 없어요.
오죽하면 "내 손톱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라는 말까지 있을까요.
남의 큰 고통보다 당장 나에게 닥친 티끌같은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전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되려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이기적이고, 그렇게 설계되었습니다. 생존해야 되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
이 2가지가 현재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단적인 예로 노키즈존, 노시니어존 이런거 보면 좀 속상합니다. 물론 특수한 업장의 경우/진상 손님 등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어린이인 적이 없던 사람이 있나요. 나이 들지 않을 사람이 있나요.)
(그리고 정치나 지역색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 다른 것인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할 필요 있을까요. 니 편 내 편 가르는 것도 어찌보면 참 유치합니다. 건강한 토론의 장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 내가 맞다고 우기기만 하고.)
갑자기 '공감'과 '미드소마'를 연결지은 글을 쓰고 싶어 생각나는 대로 써보았네요.
각설하고.
제가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은요(사실 영화의 평이 극단적으로 갈려서 추천하기도 좀 죄송스럽지만)
1.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 싶다.
2. 이별이나 헤어짐의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께... 의외로 이 영화가 굉장한 힐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심스럽지만요.
아시다시피 기본 베이스는 공포영화에 청불이니 무서운 것을 못 보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길...
저는 무서운 걸 못봐서 그런지 꽤나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