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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호스트 김형수 Feb 23. 2019

영화 [극한 직업]

극한까지 웃고 싶었지만......  

2018년 한국영화가 워낙 망작이 많다 보니 올해는 좀 괜찮은 영화가 나오기를 바라며 '웃긴다' '재밌다'라는 평만 듣고, 자세한 정보는 일부러 찾지 않은 채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개봉 1주일 만에 관객 400만을 돌파한 영화라는 것만 알고 본 [극한 직업]에 대한 소감을 적어 봅니다.

1. 너와 나의 웃음 코드는 다른 것이다. 


저는 아주 대중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입니다. 특히 이런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접하며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대단한 기대를 절대 하지 않기에, 영화사들 입장에서는 저와 같은 관객이 많을수록 좋겠죠. 그저 맘껏 웃고 나올 수 있었다면 [극한직업]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러닝타임 내내 '피식' '피식' 어르신 방귀소리 같은 힘없는 헛웃음만 계속 나올 뿐, 배를 잡고 뒹구는 강렬한 한방의 웃음은 잘 터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본 관람객 평에는 웃겨서 죽을 뻔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마다 웃음 코드는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늘 깨지기만 하는 마포서 마약반



2. 재미난 설정과 캐릭터, 어색하게 과장된 몸짓과 붕붕 뜨는 일부 연기


검거실적이 없어 늘 조롱받고, 상사로 부터는 해체의 압력에 시달리는 마포서 마약반이 있습니다. 마약 용의자를 잡기 위해 건물 침투 작전을 벌일 때도 창문 값을 물어주는 게 부담스러운 불쌍한 이 마약반이 희대의 마약상 검거를 위해 잠복을 하다가 치킨집을 인수해서 작전 본부로 쓴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재밌습니다.

통닭집 잠복중


고 반장(류승룡),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이 한 팀인데요. 매우 부족해 보이는 이 팀이 맷집, 무에타이, 유도 국가대표, 미행 전문, 신인의 패기로 통닭집을 운영하면서 결국엔 엄청난 결투 끝에 마약 사건을 해결해냅니다. 영화 [극한 직업]역시 내러티브의 부자연스러움을 캐릭터의 힘과 개그로 이겨내고야 말죠.

 [7번 방의 기적]을 통해 코믹배우에 나도 있다고 선언한 류승룡이나, 응답하라 1988의 도롱뇽 이동휘야 이미 코믹 연기의 지존급입니다. 돋보였던 것은 [범죄도시]의 진선규가 그 잔혹했던 전작의 인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코미디 배우로 거듭난 것이죠.


역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쌓았던 내공은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 트리오의 안정된 연기가 이하늬나 공명의 다소 뜨는 대사 톤을 잘 받쳐주었으니 다행입니다. 왜 너무 웃기려다 보면 안 웃기는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


3. 1000만 영화의 가치


대박 흥행의 지표는 1000만입니다. 1000만 관객이 들었다고 그 영화들이 모두 영화적으로 훌륭한가? 여기에는 물음표가 붙죠.

[명량]은 역대 최고 흥행작이지만, cg도 줄거리도, 개인적으로는 불만이 많습니다. 소재나, 경쟁작, 등급, 개봉 시기 등등이 영화 흥행의 중요 변수이기 때문에 [극한 직업]도 1400만이 넘는 흥행 스코어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소소한 재미지만, 순식간에 압도할 만한 경쟁작들도 없고, 씨제이가 밀어주고 있으니 말이죠. 

 최근 흥행했던 한국 영화 몇 작품들과 [극한 직업]을 재미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범죄도시> 완벽한 타인> 극한 직업=마녀> 신과 함께 순입니다.


1000만이 봐야 할 정도로 위대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자잘한 웃음들이 영화 끝까지 이어지니까 스트레스 없이 웃다 나올 분들은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


4. [극한 직업]의 숨은 코드 찾기


영화 [극한 직업]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실적에 조이는 직장인의 운명, 자영업자의 비애, 사감이 개입된 언론의 작태 등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범인을 잡을 때도 유리창이 깨지면 물어줘야 해서 걱정하는 우리나라 경찰의 실정도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갖고 있죠.



에이 뭐 코미디 영화 그냥 웃으면 되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5. 영화 [극한 직업] 점수


 10점 만점에 7점 주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고 반장 팀

영화처럼 우리 인생에도 극적인 역전의 한방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한 줄 평 "인생도 영화도 운칠기삼"       


이상 역대급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극한 직업]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감상문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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