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영화 감상문 <그저 사고였을 뿐> 스포 있음

2025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by 민섬

거장이라는 파나히감독의 이름도 낯설었고, 이란영화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2025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말은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 사고로 인해서 모든 일이 꼬이게 되는 이야기일까? 결국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고 예측불가능하다는 그런 내용이려나? 내용을 전혀 모른 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줄거리>

칡흑같은 밤. 남자와 여자, 그들의 어란 떨 아이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러다 남자는 갑자기 튀어나온 개를 치게 되고 그전까지 신나게 음악을 듣고 춤을 추던 아이는 시무룩해져 음악을 꺼달라고 한다.

"아빠가 개를 죽였어..."라고 말하며.

엄마가 아이에게 "아빠는 실수로 그런 거야."라고 하지만 아이는 말한다. "실수라도 어쨌든 아빠가 개를 죽였어."라고.


개와 부딪혀서일까?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고 아빠는 한 정비소를 가게 된다.

정비소 남자는 아빠가 걷는 소리와 목소리를 듣더니 긴장을 한다. 아빠가 나간 후 정비소안의 남자는 아빠를 미행하고 결국 납치한다.

정비소 남자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아빠를 죽이려 한다. 자신을 고문하고 괴롭힌 에크발이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비소 남자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다 감옥에 갇혀 눈이 가려진 채로 에크발에게 몇 달 동안 끔찍한 고문을 받아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이다. 의족을 했던 에크발과 아빠의 모습이 일치한다며 "널 죽일 거야!"라고 하며 구덩이에 밀어 넣고, 아빠는 자신이 아니라며 절규한다. 정비소 남자는 에크발임을 확신하면서도 구덩이에 묻는 것을 중단하고 아빠를 차에 싣고 확인해 줄 사람을 찾아 돌아다닌다. 같이 고문을 받았던 사람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에크발이라는 것을 확인하지만 정비소 남자는 "그 남자가 자신이 에크발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까진 죽일 수 없어."라고 말한다.

에크발의 딸에게 전화가 오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비소 남자는 전화를 받는다. 딸이 울면서 엄마가 쓰러졌다고 말하고 정비소남자와 같이 고문을 받았던 다른 사람들은 아빠의 가족을 도와주러 간다. 에크발일지도 모르는 그의 가족을 말이다. 정비소 남자와 다른 고문받았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엄마는 무사히 아들을 낳는다. 사람들이 하나 둘 지쳐서 떠나고 정비소 남자와 사진작가 여자만이 남는다.


아빠를 묶어놓고 진실을 추궁하자 아빠는 진실을 밝힌다. 충격적이게도 그는 에크발이었다!

신념에 대한 승리로 죽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라며 죽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가 사진작가 여자가 뺨을 때리며 큰소리로 사과하라고 말하자 미안해라고 말하며 절규한다. 자신은 시켜서 한 일이라며 할수록 죄책감이 덜해졌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그를 죽이지 못하고 풀어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감상>

아이가 아빠에게 아빠는 몰랐어도 결국 개를 죽였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저지른 악한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어떤 이유로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 변명할 수 없다는 것.


정비소 남자는 에크발이 자신은 에크발이 아니라고 한 말을 무시하지 못한다. 에크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정비소 남자는 에크발을 죽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죽이기 싫었던 것이다. 아니라고 부정해 주기를 바랐고 그 말에 매달렸다.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악한 일을 저지르기 싫은 인간의 모습. 인간이라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 에크발과 너무 대조가 되었다.


마지막 장면. 정비소남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짐을 정리하고 있다. 이사를 가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그의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의족을 끌면서 걷는 소리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에크발이 그 남자를 해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에크발의 반성은 거짓이었음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