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은 없지만 어떤 일은 가득한 하루
커다란 폭포에서 떨어졌다.
물살이 빨라지거나,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맞닥뜨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폭포였다.
폭포 아래로 떨어진 나는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물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었다.
어디가 위인지, 어디가 아래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정신을 놓지 않는 것이었고
이미 힘이 거의 빠진 팔과 다리를 휘젓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뒤집힌 배를 겨우 부여잡고 물에 떠있었다.
이렇게 계속 흘러내려갈 수는 없으니
나는 또 있는 힘껏 배를 뒤집어 그 위에 올라타고, 물을 퍼냈다.
하지만 물을 다 퍼내기도 전에 또 폭포를 만난다.
요즘 나의 생활은 이러했다.
처음 폭포에서 떨어졌을 때는 아무 일 없이 잘 헤쳐나가고 싶었고
이 정도 폭포쯤은 아무렇지 않게 극복하는 능력자이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험한 물길을 이겨낼 열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폭포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게 되면서
나는 어느새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만신창이가 된 채 배를 뒤집어 오르면서
제발 폭포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언제 폭포가 나올지 몰라 배 위에 있는 시간이 괴로웠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없이 무능력해 보였고
이번에는 뒤집힌 배조차 잡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그래도 폭포는 언제나 나타났고,
다시 만난 폭포는 언제나 그 전보다 더 크고 거칠었다.
아무도 나에게 이 배를 타라고 한 적은 없었다.
남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니, 어쩌면 앞질러 가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배가 내가 타고 싶었던 건지, 남이 타라고 한건 지도 잊고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포만 걱정한 채 지내왔다.
이번 폭포 아래에서 나는 뒤집힌 배를 잡지 않았다.
대신 온 힘을 모아 물가로 헤엄쳤다.
다른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용기가 있다며 대단하다고도 했고
혹은 이제 어떻게 이 길을 따라갈지 걱정했다.
나에게 더 좋은 다른 배가 있거나,
혹은 누군가가 함께 타고 갈 배를 내어준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배를 버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다른 배는 없다. 당분간 배를 탈 생각도 없다.
축축하게 젖은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가겠지만
나는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간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고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계획할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