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듣는 것! 즐겨 듣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코스!
음악을 즐겨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음악의 가사에 공감하고 멜로디를 듣고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이렇게 음악을 가볍게 듣는 것도 청음의 한 방법이지만, 조금 더 음악을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음악도 제대로 알려면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닌 '일'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최재천 교수님의 독서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을 온전히 음악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집중' 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적 동물의 필수요건인 '관계'를 '예술'이라는 행위에 투영하다"
시간이 흐르며 발생하는 소리와 소리 간에 '관계'가 형성되면서 음악적 '맥락'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맥락'들이 모여 '음악적 현상'들로 우리에게 인식됩니다. 그래서 의심의 여지없이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를 예술적인 행위인 음악(또는 예술)에 투영하며 또 다른 관계를 '창조'시킵니다. 이는 음악(또는 예술)에 가치를 두고 공감하고 더욱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이며, 대중음악과 예술 음악의 구분 또한 소재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럼 제가 위와 같이 설명하는 이유를 조금 풀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대중음악과 예술 음악의 구분은 '관계'의 정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음악의 종류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기준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농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축구경기의 룰을 적용시키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우리가 듣는 거의 98% 이상의 음악은 똑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재료나 결과물이 다를 뿐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서양 고전음악의 역사와도 같은 이 시스템은 18세기에 확립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유물과도 같습니다. 이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변화했고 다양한 재료들과 혼합되어 변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근간은 항상 같은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바로 '조성 Tonality'입니다. '조성 Tonality'의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예시로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인 '바흐 J.S. Bach'나 '비발디 A.L. Vivaldi'의 음악들, 혹은 그 후대의 서양 고전음악이 아직까지 대중음악에 차용되고 심지어 태교음악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400년간 일부 유럽에서 흥행하던 조성 음악이 20세기로 들어오면서 전 세계로 퍼져, 이제는 세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음악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 세계의 어디를 가든 비슷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감히 한 줄로 말하자면, '음 혹은 화성들의 수직관계로 발생하는 사용빈도에 대한 지배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조성을 더 간단히 말하자면 지배력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조성은 항상 '중심음'을 가집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다장조 C Major는 C음(도)이 주축이 되는 조(Key)를 말합니다. 그 말은 C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다장조의 음악은 C음 또는 C음을 주축으로 쌓은 화성을 가장 '으뜸'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음 또는 화음을 설정하고 이와 같은 중요한 화성들의 세트 Set를 자주 보여줌으로써 그 곡의 조성을 확립시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Set 세트는 바로 조성을 나타내는데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끝나는 느낌 즉, '종지 Cadence'입니다. 조성을 '확립'할 때 쓰이는 것이 바로 종지 'Cadence'입니다. 그 조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종지를 통해 우리의 귀에 익숙해지면서 그 조의 조성이 확립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긴 클래식 곡을 들을 때, 생각 없이 듣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뭔가 끝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중심음 또는 화음의 무리가 출현하여 조성을 확립 중인 것입니다. 물론 종지의 종류는 다양하며, 여러 가지 변형이 존재하고, 현대로 오면서 끝나는 느낌이 나지 않아도 종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대음악에서는 종지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없어지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다양하게 시도하려는 것이고요. 참고로 맨 처음 언급한 '음과 화음의 사용빈도의 지배력'은 마치 일반 대중들이 광고에 많이 노출되게 되면 그 제품을 선호하게 되듯이, 노출된 빈도가 결국 사람의 '기억'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서의 '주제나 선율의 노출'은 매우 중요한 테크닉이었습니다.
조성 음악은 '종지(끝나는 느낌)로 향하는 다양한 음악적 변형들의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종지는 음악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닙니다. 사람들은 그 '긴장'을 통해서 바로 '끝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그 곡의 조성을 계속해서 확인시키는 작업으로 조성 음악의 곡 안에서 일어나는 '음악적 현상' 중 가장 중요한 현상입니다.
음악에서 '긴장'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가장 보편적인 것이 조성이 가지는 시스템 내부의 성질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배음열 Overtone에 근거하여 사람이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배음열의 처음 3가지 음정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배음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음악 시간에 배웠던 '주요 3화음(1/4/5도 화음)'이 바로 이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정도만 아시면 도움이 됩니다. 밑에 그림을 가져왔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만 하시면 됩니다. 근거를 말씀드리기 위함이니까요. 바로 패스!
무려 2500여 년 전 피타고라스 형님의 연구를 바탕으로 서양 고전음악의 뿌리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후대의 조성 음악 종지를 확립하는 주요 3화음(정확하게는 I화음과 V화음)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드리는 이유는 조성 음악 내에서 만들어지는 음들, 화성들 간의 관계는 모두 종지를 위한 여정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모든 클래식 음악은 처음 시작하여 '종지'를 어느 위치에서 가지며, 얼마의 빈도를 통해 곡의 '긴장'을 유발하며, 이를 해소(이완)할 것인지에 대한 여정입니다. 그리고 종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다른 화성들을 변형하여, 중심음 조가 아닌 다른 조의 종지를 차용해서 곡의 중간중간에 배치시킴으로써 곡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잃지 않게 안내합니다.
대중음악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신에 21세기의 대중음악에서는 '끝나는 느낌(종지)'이 훨씬 모호해졌으며, 그것을 사람들은 세련됐다고 표현합니다. 요즘 한국의 대중가요 중에서도 주요 화음이 아닌 2~3개 화성(코드)으로만 이루어진 곡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이 인위적으로 이끌어내는 끝나는 느낌이 아니라 음악적 맥락으로써의 '끝나는 느낌'을 이끌어내는 발전된 방법으로, 이전 시대의 음악들보다 직접적이지 않아서 더욱 세련되게 들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지의 형태'를 화성의 기능만이 아닌, 예를 들어 '반복'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이제 우리에게 서양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똑같은 시스템 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혀 부담 없이 들려옵니다. 다만 길이가 길다는 것과 종지의 형태가 직접적이지 않다는 차이 이외에는 다를 것이 없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우리의 귀에는 오히려 대중음악이 더 세련되게 들리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이 글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어느 정도 없애실 수 있는 계기가 되시길 작게나마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예술 음악에서의 '관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 첫 번째 단계를 아주 쉽게 말하자면, 조성 음악의 음과 화성의 관계가 수직적이었다면, 현대 예술 음악에서의 음과 화성은 모두가 수평적이길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성을 알 수가 없으며, 아예 조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고전 - 낭만 - 후기 낭만 - 근대 - 현대로 이어지는 음악사는 조성에 대한 탈피였다고 해고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은 정물화에서 추상표현주의,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상(Object)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미술사와 같이, 근현대에 있었던 음악사에서 굉장히 역사적인 일입니다. 결국 예술 음악사는 (현재까지도) 조성에 대한 지배력을 벗어나려는 끊임없는 시도였습니다. 물론 예술로써의 음악을 논의하게 된 것이 근대 이후이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은 익숙한 조성 음악을 조금 더 이해함으로써 예술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떠나는 짧은 여정을 함께 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짧게나마 기존 조성 음악에서 긴장과 이완을 이용하여 어떻게 듣는 이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이것은 작곡법에 대한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긴장과 이완이라는 단어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음악에서 긴장이 발생하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방법으로 종지 Cadence라고 하는 일명 '끝나는 느낌'이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 끝나는 느낌이 나오다가 다시 연장되고를 반복하면서 전체적인 곡의 진행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이 끝나는 느낌이 들어서 끝맺음이 되는 순간, 감상자들은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음악 안에서 '이완'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음악에서의 '이완'은 긴장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일어나며, 방식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자들이 음악에 몰입해 있는 순간, 당근과 채찍을 주며, 곡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이완'이 계속에서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계속되는 이완은 결국 그 자체가 긴장으로 가는 과정이 되기에 결국 또 다른 긴장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종지'로, 주로 클럽 음악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니멀'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미니멀'은 '반복'이 아닌 '긴장과 이완의 과정'을 친절하게 한 겹 한 겹 길게 풀어놓고 '마지막 이완으로 이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도 미술도 근대에 들어서서야 예술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는 이 행위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규정하지 않은 채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며, 예술의 영역에서는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미술은 캔버스 혹은 조각 등 눈앞에 '대상'이 있기 때문에 두고두고 생각하며 관찰할 수 있지만, 음악은 한 번 듣고 나면 흩어져버리는 신기루이기에 붙잡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현대미술이 그러했듯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대상 너머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조금 더 집중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불과 20년 전과 비교해 봐도 대중들이 가지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넓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음악도 아직은 존재 자체를 모르지만 천천히 그 존재를 알리면서 더 다양하고 깊은 '음악이라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어떠한 예술 분야든 정의 내려지지 않았기에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들은 기존에 있었던 관념이나 기존 체계를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제안을 유심히 살펴보고 각자만의 의견으로 소화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이런 '공음당' 같은 공론장이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항상 처음이 힘든 것처럼 음악에 대한 인식 또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현대음악 또한 일상에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습니다.
아래 문장을 끝으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결국 음악은 음악일 뿐이기에 '경험' 해보자'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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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음당空音堂, 진지하지만 격 없는 예술 공론장
공음당空音堂, 빌 '공', 소리 '당', 집 '당', 소리가 없는 집, 소리가 없는 곳에는 어떠한 소리든 채워질 수 있기에, 비어있는 공간은 그 무엇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만든 이의 '소리와 운영'에 대한 철학을 담은 네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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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
글쓴이 - 정 세원
평생 '음악공부'에 매진하다 독일에서의 우연한 직장 생활을 통해 '알'에서 나와 '세상'과 마주친 순간 '호기심'이 재발하여, 콘텐츠 기획 및 사운드 컨설턴트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
제품/공간 사운드 디자이너
e모빌리티 사운드 디자이너
현대음악 작곡가
음악예술 콘텐츠 기획자
현) 음악예술 공론장 '공음당空音堂' 운영 중
Interactive Art Group 'FGTC'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