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by 레몬트리
점심시간 산책길에서


바야흐로 흐드러지게

사방천지로 희망이, 꿈이 날리는 계절,

샛노란 꽃이 진 자리엔

가슴속 고이 간직한 저마다의 소망들이 꿈을 꾸고 있다.


어디로 갈지, 언제 날아오를지, 누구를 만날지

그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고,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지만

저마다의 설렘과 기대로 때를 기다린다.


어떤 아이는 어느 바람에 꿈을 찾아 온몸을 날리며

미련도 없이 흔적도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가고,

어떤 아이는 아직 오지 않은 그 어느 날을 기다리며

내리는 햇살과 쏟아지는 비와

셀 수 없이 스치고 가는 바람을 맞으며

여전히 꿈을 꾼다.

나의 그날을, 나의 운명을.



그러다 어느 날,

"지금이야!"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이지만, 여느 날과는 다르게

살며시 흔들어 깨우는 바람의 속삭임에

나를 품어준, 나의 뿌리를 떠나,

온몸을 떨며 운명을 찾아 사뿐 날아오른다.




지천이 민들레 꽃밭이고,

찬란했던 벚꽃나무 아래, 활짝 트인 화단 안에

모두들 잘도 자리 잡아

외롭지도 않게 옹기종기 모여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 반짝이는 햇살아래

저마다의 희망을 빛내고 있는데



아, 한참이나 머얼리,

육교계단, 갈라진 시멘트 틈 사이

저만치 떨어져 홀로, 이 드넓은 세상 놔두고

하필이면 그 좁디 좁은 틈에 자리 잡은 너.


그렇게 소망한 적 없다고, 왜 나에게만 매정하고, 엄하냐고

물어 따지지도 않고,

그것도 족하다는 듯 겸손히 자리하다.


비스듬히 기우뚱

볕을 쬐는 것, 비를 맞는 것조차,

남들에게 당연한 것이

너에겐 안간힘을 써야 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지만,

비교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운명에게도 화해의 손을 내민다.

누구보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하여, 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 민들레들은 그저 바라보며

무심히 스쳐 지나갔지만,

육교를 건너며 스쳐간 네 모습이 마음에 계속 걸려

한참을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 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너를 위로하고 칭찬한다.

애쓰느라 장하고, 외롭지만 착한

너의 초록을. 떨림을.



그런데, 너는

마주 본 내게 오히려 위로를 건넨다.

내게만 혹독한 운명이라 고개를 떨구고 싶었을 때쯤

마침, 너를 만나지 않았니.

나를 기억해 주고 나를 알아봐 준 너를 만나지 않았니.

그저 지나치지 않고

한사코 되돌아와

기필코 나와 마주한, 몸을 숙여 나를 지켜봐 주는

고마운 너를 만나지 않았니.




너에게 기억되려고

너를 기억하려고

너를 만나려고

나는 이곳에


곧 시들어 사라진다 하여도

너와 사랑하려고

나는 이곳에

너는 내 운명.


수백, 수천 송이 사이에서도

구석진 곳, 가장 아프고 외로운 곳에서도

필히, 애절하게,

서로를 알아보고야 마는

우린 서로의 운명.

"너를 만나"


너를 만나, 너는 내운명




2025.05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하면서
발견한 예쁜 장면과 떠오른 감정을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틈에서 견뎌내고 있는 이 아이들이 그렇게 기특하고 예쁘더라고요.
저만치 지나갔다,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다시 돌아와 사진을 찍고 가슴한켠에 오늘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봅니다.

너와 나의, 우리의 삶같이
소박하지만, 성실하고, 묵묵하고, 착하디 착한 초록을 응원하며
함께 힘내시길! OOOO
즐거운 퇴근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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