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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05. 2019

영국 남편과 냉장고를 따로 쓰는 게 이상한가요!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6화. 국제결혼     


과거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교육으로 주입시켰던 한국 사회가 아직도 국제결혼을 어색하고 불편한 용어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문화란 용어 자체에도 이미 단일민족이었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사용조차 하지 않는 용어가 "다문화"이다.


런던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제결혼한 커플들을 자주 그리고 많이 접하게 된다. 사실 영국에 살면서 국제결혼이란 용어가 오히려 낯설었다. 유럽 자체가 한 나라처럼 얽혀 있는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영국에 사는 사람들의 다수가 부모나 할아버지대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국적이 달랐다.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교육받았던 그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가 성립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이다. 국가가 없는 민족은 있어도 국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단일민족일 수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다 민족일 수도 있다. 그것이 굳이 자랑스럽거나 중요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전히 조금은 불편한 용어이지만 편의상 국적이 다른 결혼을 여기에서는 국제결혼이라고 하겠다. 폭을 좁혀 한국인과 관련된 커플만을 다루려 한다. 그가 런던에서 알고 지내는 한국인의 국제결혼 커플은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이 대부분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는 흔치 않았다. 남편들의 국적은 대부분 영국이었다. 이들 커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한 편의 소설이나 드라마 같았다. 언젠가는 이 주제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 보고 싶었다. 

사랑의 힘은 과연 어디까지 위대한 것일까! 국제결혼을 택한 부부들이 직면하는 문화충격이라는 부부간의 장벽을 그들은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가 주목한 점은 사랑의 힘이었다. 그 힘이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랑의 힘이 그다지 위대하거나 거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랑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벽들이 존재한다는 발견은 충격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더 충격일 수도 있다. 문화 차이는 때로는 문화충격이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소한 문제들이 화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주입식으로 교육받았던 한국 사회였다. 그런 한국 사회조차도 다문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며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종과 종교에 따른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다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색안경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부부간의 한랭전선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한국 엄마와 영국 아빠의 교육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극복이 아니라 봉합되는 수순에서 덮어야만 했다.


그가 가장 먼저 알게 된 S는 그보다 한두 살 많았다. 그의 아내가 언니라고 부르기 때문에 단지 그녀의 나이를 짐작만 할 뿐이다. 그녀는 런던 남쪽에 살고 있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지수네 가족 때문이었다. 지수 엄마는 그의 아내와 한국의 봉사단체에서 만난 사이었다. 지수 엄마를 통해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전형적인 잉글리시였다. 홈 오피스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녀는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그녀의 남편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지 그녀나 그녀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간간이 소식을 전해 들을 뿐이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15년 전이었다. 그녀는 행복에 겨워 보였다. 멋진 남편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마디로 그녀의 남편은 완벽 그 자체였다. 어디 하나 흠잡을 때가 없었다. 머리숱이 점점 없어지는 것과 김치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실제로 멋진 남자처럼 보였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스킨십과 함께 사랑 표현을 한다고 했다. 5시면 퇴근하기 때문에 저녁도 같이 또는 남편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할 때는 통닭을 한 마리 사 오는 게 전부라고 하였다. 깨끗하게 씻은 생닭에 물기를 제거한 다음 올리브유를 발라 오븐에 넣으면 끝이다. 물론 굵은소금과 후추 그리고 허브와 몇 가지 야채를 넣어준다. 그 야채는 단단한 당근이나 브로콜리 정도다. 한국의 전기구이나 장작구이 통닭처럼 오븐에서 구워내는 가장 간단한 요리다. 다만 시간이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이 단점이다.     


이렇게 완벽하고 멋진 남편 자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한국인 엄마와 영국인 아빠의 교육관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엄마는 아들을 최고로 키워보고 싶었다. 무순 일이 있어도 옥스브리지에(옥스퍼드+캠브리지)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생각이 전혀 달랐다. 아이의 꿈이 더 소중하였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방목 형 교육을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아이의 교육방식을 두고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의 생각이 대립하면 할수록 사랑의 전선에 한랭전선이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깨지는 것은 순간이었고 슬픈 일이었다. 해결책은 요원해 보였다. 남편은 남편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절충안을 만들어 그럭저럭 아이가 자라고 있다고 하였다.        


영국인 남편의 문화와 취향이니까 존중해 줘야 할까! 그렇다면 한국인 아내의 문화와 취향은?


지난해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한국의 친정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다. 지금도 김치 냄새와 된장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녀는 심지어 냉장고도 따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녀 남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아내의 배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고 산다는 말인가! 진정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가 좋아하는 김치 정도는 먹어줄 수 있지 않을까! 설사 먹지 않아도 냄새까지 역겨워할 만큼 김치가 심각한 음식일까! 

그는 갑자기 한국의 삭힌 홍어와 청국장 생각이 났다. 그녀의 남편을 초대해서 잘 삭힌 홍어와 잘 뜬 청국장을 삼합과 함께 흰쌀밥과 대접하고 싶어 졌다. 삼합의 재료로는 3년 정도 잘 익은 묵은 김치와 알맞게 삶아진 수육도 포함된다. 생마늘과 고추도 곁들일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삼합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행복하다던 그녀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한다. 남편의 생각과 취향을 존중해주고 하나씩 내려놓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녀가 행복해지길 기원해 본다.      


사랑과 배려가 배제된 문화의 벽은 만리장성보다 높고 견고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국제결혼은 이탈리아 남편을 둔 한국인 여성 J이야기다. J는 런던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한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들었던 그녀의 고백은 충격이었다. 어느 날 그는 그의 스시 매장 직원들과 회식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의 매장 직원이 아니었는데 참석하였다. 매장 직원의 알고 지내던 후배였던 것이다. 그녀 아들의 외모는 동서양의 만남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한인 타운의 자장면 집에서였다.      


그녀는 남편과의 성격차이로 인해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가끔은 극단적인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모두가 충격이었지만 어떤 위로도 해줄 수가 없었다.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만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항상 양보와 타협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문화 차이라는 만리장성보다 높고 견고한 벽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에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아무리 문화 차이가 심해서 문화 충격이 된다고 해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마사이 마라 족이나 북극 근처의 에스키모 인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돈 남 말하는 그는 과연 좋은 남편이었을까! 결혼 생활 자체가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의 연기력은 어땠을까!


물론 그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어서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 자신도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사돈 남 말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 처하면 항상 아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자신의 아내에게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는 남편이 그였기 때문이다. 나름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내에게는 무관심이었다.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주리라 넘겨짚었다. 상당히 유명한 노래 제목처럼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부부관계가 겉도는 물과 기름이 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밖에도 많은 국제결혼 커플이 있지만 국제결혼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벽을 예상하고 하는 결혼이기 때문이다. 같은 국민들끼리 결혼해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사랑 표현과 속내를 드러내는 대화만이 부부라는 관계를 이어 줄 유일한 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결혼 생활 자체가 치밀하게 구성된 각본에 맞춰서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연기력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낙제점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생활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보니 비로소 그 자신의 연기력을 자체 평가해볼 수 있었다. 60점 이하인 낙제가 아니라 0점이었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2019년 11월 25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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