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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Aug 10. 2023

지금,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

마음이 향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스스로 키워나가기

자유롭게 일한다고 하면 흔히들 이런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초록빛의 바다를 바라보며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장면. 수영도 했다가 야자수 아래 선베드에 누워있다가 노트북을 접고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작업하는 장면. 평일 오후에 가고 싶었던 전시장을 찾아가고, 갑자기 훌쩍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장면.


이런 장면이 펼쳐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회사 생활을 졸업하고,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해 프리랜서로서 저의 일을 만들어가는 지금, 자유롭게 일해서 무엇이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단연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순간마다 그 시간에 흠뻑 취하고 쉽게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이 장면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일상의 하이라이트를 15초 단위로 보여주는 것처럼,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이 극대화된 하이라이트의 장면일 뿐. 그보다 더 치열한 모습들은 편집되어, 혹은 실무에 집중하느라 올릴 새도 없이 지나가버리는 탓에 외부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낮에 전시장을 가면 새벽까지 원고를 작업하고, 바닷가 앞에서도 오로지 휴식만 취하는 것이 아닌 일이 결합되어 있는 삶.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지만 그래서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는 삶. 일과 삶이 분리되어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아니라 일과 삶이 뒤섞여 무엇이 일이고 일상인지 구분이 흐려지는 '워라블(work life blending)'의 삶. 


내가 무너지면 기반이 흔들릴 수 있고, 누구도 일을 시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성실하게 나의 하루를 관리해야 합니다. 자유의 무게가 커지는 만큼 책임질 것도 많아져요. 일을 미루면 내일의 내가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내 능력치가 곧바로 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속된 곳이 없어 구속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댈 곳 없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에게 의존해야 합니다. 시간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본질적인 행복을 동반하지만 때로는 더 불안하고 외로울 수 있는 자유의 다면적인 모습에 관하여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퇴사하고, 독립하고, 1인 기업가이자 크리에이터로서 나만의 길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며 가장 많이 받는 오해 중 하나는 제가 퇴사를 종용할 것이란 인식입니다. 저는 무조건 퇴사를 권유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 쌓은 경험, 능력, 네트워크가 독립적으로 하는 일의 탄탄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일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회사를 다니지 않았어도 저만의 방법을 찾았을테지만 말이에요.


그만두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누군가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때는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아직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을 뿐, 경험과 능력이 쌓이고 독립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보이면 힌트를 주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돕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소속되지 않은 채로 혼자서 자유롭게 밖으로 다니며 일하는 모습만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료 마케터들로부터 "시대의 흐름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 자신이 도태된 것 같고, 부족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였습니다. 지금 그대로도 멋지게 잘 해내고 있으면서 한 명의 개인보다 커다란 한 팀의 일원이자 전문가로서 일하는 사람의 반짝임을 왜 스스로는 잘 보지 못하는 걸까요. 혼자서 자유롭게 일을 시작해도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팀워크가 다져지고, 협업을 돕는 매뉴얼이 생기고, 점점 회사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비밀을 알고 있을까요. 크리에이터는 성장할수록 자신의 브랜드를 다듬어가고 사업가의 모습을 닮아갑니다. 


소속 없이 일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프리랜서, 프리 에이전트, 프리워커, 인디펜던트 워커' 등으로 부릅니다. 이름 안에 이미 자유(Free)와 독립(Independent)이 들어있어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자유'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 우선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아요.

1.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2.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이 두 가지 사전적인 정의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대로만 하는 건 자유의 가장 피상적인 모습이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만 하는 자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내 선택에 결정권이 있다는 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책임 없는 자유는 지속되기 어려워요.


이사야 벌린의 <자유의 두 개념>에 따르면 자유는 '외부로부터 속박이 없는 상태', 즉 '~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 즉 ‘~에 대한 자유’를 의미하는 적극적 의미의 자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출처)


저는 시간을 더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주 5일 출근하는 삶에서 독립했습니다. ‘출근하는 삶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지만, 이후로 3년 째 혼자 일하면서 깨닫는 건 사실은 혼자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에요.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교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건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내 사람들과 나의 여러 일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료들 덕분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관과 맞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내가 선택해서 일하고 있는가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자유롭게 일하는 것입니다. 소극적 의미의 자유는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적극적 의미의 자유로 진화할수록 나 혼자를 넘어 외부와 연결되고, 그 이상으로 향합니다. 각자의 자유를 함께 응원하고 지원하며 만들어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키워드를 파고들며 Free의 어원에 사랑이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Are you free?"라는 질문은 지금 시간이 있냐는 동시에 나를 도와달라는 의미입니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마음. 그건 사랑과 가장 유사한 마음이 아닐까요. 내 시간을 들여 기꺼이 하고 싶은 일을 지금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곧 자유가 아닐까요. 제가 믿는 자유는 연결, 사랑, 배려와 같은 단어와 함께 묶입니다. 이기적으로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존하는 이타적인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기초교양(liberal arts)은 자유로워지기 위한 기술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에서 유래 눈앞의 세계에서 상식으로 통용되어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 전제와 틀을 일단 한 발 물러난 다음 상대화해서 바라보는 일, 혹은 묻고 의심하는 기술이 기초교양의 진수다.”  
- <뉴타입의 시대>, 야마구치 슈  


야마구치 슈의 말처럼,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묻고 의심하는 기술, 즉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이 벌기 위해 개인의 보상을 바라는 의도보다도 인생을 경험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남기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할 때 더 지속적이고 진정한 자유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의 독특한 커리어 패스와 모험 이야기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데서 출발했습니다. 다양한 책, 회사, 나라, 사람을 여러 갈래로 깊이 있게 경험하는 과정에서 시대의 큰 흐름을 느끼며 공통적으로 깨달은 게 있다면 이것이에요. 


세상은 각본 안의 사람과 각본 밖으로 벗어난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일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모두 다 이렇게 살아”라는 말에 의심을 품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짜여진 각본에 반해 자신있게 저의 의견을 말하기까지는 끝없는 자기의심과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됐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도 애정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하던 사람으로서, 회사 밖으로 나온 이후 자유롭게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유를 갈망하며 도전한 만큼 겪게 된 다양한 모양새의 '자유롭게 일하는 방법'을 논하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알맞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들과 나를 단단하게 해 준 경험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유난히 '자유'를 꿈꾸는 아이였고, 오랜 고민과 도전 끝에 내가 원하는 환경을 나에게 만들어주며 내게 알맞은 자유를 찾았습니다. 출발점도 끝점도 자유인 셈이에요. 그 과정을 4부로 나눴습니다.


- 1부(씨앗): 고민의 시기

- 2부(뿌리): 깊어지는 시기

- 3부(나무): 자라는 시기

- 4부(숲): 넓어지는 시기 


내 마음이 향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건 씨앗이 나무로 자라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고민하며 씨앗을 뿌리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묻고 배우며 깊어지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음속의 불씨를 키워 상상했던 것들에 싹을 틔우고 나의 일과 방향에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되며 적극적으로 나의 일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시기 또한 있었습니다. 그렇게 먼저 저의 나무를 키웠고, 다른 사람들과도 연결이되며 저만의 숲을 가꾸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알고 신뢰하는 힘입니다. 변화가 디폴트인 시대에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비바람이 닥쳐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고민 많던 제가 자신있게 나의 길을 만들어나가기까지 한 발짝 앞서 알게 된 것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원하는 형태의 자유를 찾기까지 시기마다 했던 고민과 자양분이 되어주었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가장 소중한 재화인 ‘시간'을 잘 쓸 수 있도록, 나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과거의 나를 닮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모두의 인생이 다른 만큼 각자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이 고유의 서사를 만듭니다. 자유 또한 행복, 사랑과 같이 한 가지 모양이 아닌 이 세상 사람 수만큼 다양한 모양새로 빚어지고 다른 빛깔을 내뿜습니다. 어떤 씨앗이 심겨 어떤 나무와 꽃을 피울지는 우리 자신만이 알 수 있어요. 


제가 건네는 이야기가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용기의 씨앗이 되면 좋겠습니다. 숨은 진주처럼 개개인의 고유함을 찾고 행동할 수 있도록 당신의 편에 서서 열렬히 응원합니다. 


다양성이란 곧 가능성이에요. 세상은 무수한 다양성으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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