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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엔진 냄새

Proust phenomenon

by 이정욱 교수


냄새가 불러오는 기억


냄새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냄새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깊이 연결한다.


냄새는 다른 감각들과 뇌에 전달되는 경로가 다르다.
냄새 신호는 후각 수용체, 후각 신경을 통해 직접 대뇌변연계(해마와 편도체로 전달된다.).

해마와 편도체는 각각 기억과 정서 처리를 담당하는 부위로
우리가 맡는 냄새 신호는 뇌의 기억, 정서 영역으로 곧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특정 냄새를 맡으면 갑작스럽게
오래된 기억이나 상황, 사람에 대한 향수 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특정 음식을 먹던 시간에 맡았던 냄새는 이후 같은 냄새를 다시 맡았을 때
그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


냄새가 주는 복합적 기억 작용은 단지 과거를 떠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도감과 행복감을 유발하거나,

반대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일으킬 수도 있다.


냄새와 기억의 관계는 신경정신의학 치료에도 중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들에게는 후각 자극이 트리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무안 공항 사고를 겪은 환자들, 유가족은 비행기 엔진 냄새가 평생 고통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냄새는 평범한 공통적 자극이지만, 냄새가 불러일으키는 기억과 감정들은 매우 디테일하게 개인적이다.

같은 엔진 냄새를 맡아도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의 설레는 기쁨을,

어떤 사람에게는 공항만의 특유한 냄새로,

다른 사람에게는 슬픈 이별과 고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냄새와 기억의 관계는 학문적 범위를 벗어나,
우리의 기억 속 모든 감정과 하나하나 연결된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제주항공사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https://bit.ly/3IZC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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