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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장 속 '천사의 가루'

펜사이클리딘(PCP)의 실체

by 이정욱 교수



2025년 4월, 국내 한 교도소로 배달된 수상한 편지 한 장.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A4용지에 인쇄된 개인 서신이었지만,

이온스캐너(Ion Scanner)는 강한 반응을 보였다.


검출된 물질은 펜사이클리딘(PCP),
‘천사의 가루(Angel Dust)’라 불리는 신종 마약이다.

이 마약은 흔히 알려진 코카인이나 필로폰처럼 가루를 흡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액상 형태의 PCP를 종이에 스며들게 한 뒤 건조해, 교도소 내부로 반입하는 방식이다.

냄새도 없고, 색도 거의 없어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마약이 스며든 편지를 받은 수감자는 종이를 찢어 씹거나,

불에 태운 뒤 연기를 들이마시는 방식으로 흡입한다.


PCP는 원래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동물용 마취제다.
당초 사람에게도 적용이 시도됐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환자가 마취 중 발작을 일으키고, 갑자기 눈을 부릅뜨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어.

마치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 당시 PCP를 처방했던 의료진들의 증언 中

곧바로 의료 현장에서 퇴출됐지만

1970년대 미국의 거리에서 PCP는 다시 보였다.


PCP는 뇌의 NMDA 수용체를 차단해,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을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현실감 상실, 자아 분열, 감각 왜곡, 기억력 저하, 고통 무감각, 공포심 결여

, 통제 불가능한 충동, 특히, 감각 필터가 무너진 상태에선 작은 자극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딱 한 번이었는데... 그 후로 2년 동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

나중엔 내 자식조차 몰라봐.”
— 31세 남성, PCP 중독자 증언 中


장기 복용자는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무너지며 조현병 유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 내부도 예외는 아니다.
교정 인력과 수감자들 사이에선 치밀한 밀반입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이제는 낯선 편지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https://bit.ly/3IZC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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