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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28. 2022

미국식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저 멀리 일본인 동료가 "Las Vegas"라고 쓰여있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저녁을 먹고 각자 호텔방으로 들어간 후, 나는 그대로 쓰러져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만 하고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호텔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일본인 동료는 전날 호텔 기념품샵에서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를 샀다고 했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말끔해 보이는 그와 달리 내 티셔츠가 왠지 후줄근하게 느껴졌다.


가방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일단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일정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일본인 동료가 팬케이크를 받자마자 깜짝 놀라 했다. 5단짜리 팬케이크는 나도 처음 보는 거였다.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웨이터가 주문을 받을 때 그에게 3단과 5단 중 어떤 걸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처음에 3단이라고 하더니 노노노, 하며 5단으로 달라고 하는 걸 보고 그건 아닌데... 속으로 생각했다.


양이 얼마나 많은지 그는 캐치를 못한 듯했다.









나 역시 팬케이크를 먹고 싶었지만 프렌치토스트, 베이컨, 소시지 그리고 달걀프라이가 세트로 나오는 걸로 시켰다.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다행히 내 팬케이크는 2단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미국에서 유명한 아이 홉이라는 팬케이크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몇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제일 맛있게 먹은 게 팬케이크였다.


양이 어마 무시해서 남기긴 했지만 그때 먹었던 맛을 잊을 수 없었고 미국에 왔으니 꼭 팬케이크를 먹고 싶었다.


그가 주문한 5단짜리 높은 팬케이크 위에 버터 두 덩어리가 큼직하게 올려져 있었다. 둘 다 그 팬케이크를 쳐다보며 그만 웃고 말았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 역시 이상하게 소시지, 베이컨에서 비위가 상하는 냄새가 났다. 프렌치토스트와 달걀 프라이는 먹을 만했지만 기대했던 팬케이크는 예전에 먹었던 맛이 아니었다.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이 집이 팬케이크를 잘 못하는 건지 헷갈렸다.


결국 일본인 동료는 삼분의 일 정도만 먹고 포크를 내려놨고 나 역시 팬케이크는 몇 조각 먹다 말았다. 기대했던 팬케이크가 별로여서 실망이었지만 할 수 없었다.









"오늘 혹시 뭐하고 싶어?"


원래 가려고 했던 그랜드캐년 이야기는 잃어버린 가방 때문에 쑥 들어가 버렸다. 이 상황에 그에게 그랜드캐년까지 가자고 하기가 좀 그래서 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랜드캐년까지 갔다 오면 시간이 너무 걸리고 피곤할 것 같은데... 근처에 레드락 캐년이라고 여기서 운전으로 20분 거리에 있는데 거길 가는 건 어때?"



레드락캐년?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그가 구글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사진으로는 꼭 그랜드캐년이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무조건 좋다고, 레드락캐년으로 가자고 했다.


굳이 그랜드캐년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곳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일본인 동료가 전혀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어디갈지 찾아본걸 보니 그도 가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커피잔이 반쯤 채워지자 직원이 오더니 커피잔에 커피를 꽉 채웠다. 그러고 보니 미국 식당, 특히 다이너에서는 커피를 무료로 계속 리필해준다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했다.  



배는 불렀지만 리필된 커피를 마다할 수 없어 반 정도 마시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럼 슬슬 출발해볼까"라고 말하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린 가방이 언제 도착할지, 

그 걱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머릿속에는 그랜드캐년,

아니 레드락캐년  이미지만 가득했다.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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