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옥 Oct 11. 2020

가족 같은 회사?

어느 직장인 모임 카페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직 고민 중입니다. 회사소개에 ‘가족 같은 회사’라고 적혀 있는데 가족 같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요?” 답이 재미있다. ‘널 막대하겠다는 뜻입니다.’, ‘넌 가족이니 봉사해라 이거죠’, ‘가(장) 족같은 회사’, ‘밥상머리 예절부터 가르치겠다는 거죠.’, ‘가서 용돈 좀 달라고 하세요. 가족이라며?’ 이렇듯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부터 보인다. 


왜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말로는 가족 같다 하지만 전혀 직원을 가족처럼 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 한 동료가 아이의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최대한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수술 날짜도 금요일로 잡았다. 미리 상사에게 아이가 수술을 해야 해서 금요일 오후에 조퇴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 상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러세요. 일에 지장 없도록 하던 일은 다 마무리하시고요.” 자기 가족이라도 이렇게 말했을까? 아이 건강 상태부터 묻는 게 가족 아닌가? 옆에서 듣는 나도 섭섭했는데 당사자는 오죽했을까? 가족은커녕 그나마 있던 정도 사라졌을 것이다. 둘째, 가족을 군대와 혼돈하기 때문이다. 회식이나 체육대회, 혹은 특별한 행사 공지가 있을 때마다 마지막에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할 것!’ 전원 참석을 원하면 평일 낮 시간에 해야지. 퇴근 후 혹은 주말에 하는 행사에 한 명도 빠지지 말라니 여기가 군대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빠지려면 이유를 대란다. 이유를 왜 대야 하는 거지? 가끔은 회식 참가 여부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끝까지 남으면 거의 영웅급 대접이다. 어이가 없다. 또 시키는 대로 하는 걸 좋아한다. 의견을 얘기하면 토를 다는 것으로 여긴다. 점점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다. 아닌 척하지만 속으론 상명하복을 원한다. 그렇게 군대가 그리우면 다시 가든가. 셋째,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고, 본인 말만 맞다 하고, 각자의 삶은 존중하지 않은 채 일일이 통제하려 하며, 아이의 의견은 무시하면서 대접은 받으려고 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게 부모의 권위라고 생각하고 이래야 집안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딱 이런 가정을 모델로 삼는 것이다. 회사도 이래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집에서나 그렇게 하길 바란다. 안 말린다.

      


리투아니아의 프로농구팀 잘기리스의 사루나스 야시케비시우스(Sarunas Jasikevicius) 감독은 한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날은 준결승 2차전에서 잘기리스가 70대 73으로 아쉽게 패배한 날이었다. “감독님, 팀 선수(아구스토)가 아이의 출산 때문에 오늘 경기에 결장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시케비시우스는 귀를 의심한 듯 “어떻게 생각하냐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바로 “내가 다녀오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기자는 중요한 플레이오프 시리즈 중에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이 정상이냐고 다시 물었다. 야시케비시우스는 기자에게 “기자분은 자식이 있나요? 젊은 기자분도 아이를 가진다면 이해할 겁니다”라며 자기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물었다. “삶에서 농구가 가장 중요합니까?" 기자는 그건 아니지만 준결승전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야시케비시우스는 누구에게 중요한 거냐며 “당신이 첫 아이를 갖는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겁니다. 나를 믿으세요. 아이의 탄생만큼 경이로운 일은 없습니다. 아구스토는 지금 천국에 있는 느낌일 겁니다. 전 그 덕에 정말 행복할 뿐입니다.”라고 했다. 이럴 때 ‘가족 같다’란 말을 쓰는 거다. 야시케비시우가가 보인 태도는 사실 가족 그 이상이었다.


“많은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 직원들의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신경 써주지 않는다면, 그 직원 또한 회사를 진정으로 위할 수 없다.” 켈리델리 회장 켈리 최의 말이다.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하는가? 가족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속 가시를 빼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