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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13. 2020

사람 안 변한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걔는 여전하더라.”, “사람 안 변해.”, “너도 참 안 변한다.” 과연 안 변했을까? 진짜 안 변했다면 그 사람만 안 변한 걸까? 내가 안 변한 건 아닐까? 생각이 바뀌면 시선도 바뀐다. ‘걔는 여전하더라’라고 하는 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생각도 변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변하지 않았다는 건 달리 말하면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래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선이 변할 뿐이다. 상대방을 예전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면, 한 번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또 한 번만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해 보면 상대방의 다른 모습이 보인다. 뭘 원하는지,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나름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여전하다는 말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생이 있다. 그에 대한 주변의 평은 그리 좋지 않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질투심도 많고, 자격지심도 있어 대화를 나누면 항상 말을 조심해야 했다. 좀 피곤한 존재였다. 그와 우연한 기회에 단둘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금 놀랐다. 이 사람이 이런 것도 생각하고 있구나,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란 생각도 한번 해보게 됐다.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했다. 이후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아니다.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내가 달라져서인지 그의 태도도 어딘가 달라진 듯 느껴졌다. 그렇지만 주변 평가는 한결같다. 가끔 내게 “걔는 여전하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아니라고 해야 할지 그렇다고 해야 할지. 그가 변한 건 아니니 여전하다고 하는 게 맞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답하기엔 뭔가 마음에 걸린다.     

 

‘사람 안 변한다’라고 말하기 전에 한 번만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그 사람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그 사람이 보기엔 나도 참 안 변한다 할 수 있다. 누군가를 계속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내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나는 변했는지 안 변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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