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옥 Oct 24. 2020

막역한 사이?

‘막역지간(莫逆之間)’, ‘막역지우(莫逆之友)’라는 말이 있다. 서로 거스를 게 없는 사이, 또 그런 친구를 뜻한다. 허물없는 사이, 임의로운 사이란 말도 많이 쓴다. 서로 매우 친하여 체면 따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를 말한다.      


과연 막역한 사이가 있을까? 얼마나 친해야 막역할 수 있을까? 정말로 어떤 말과 행동도 거스를 게 없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걸까? 여러 궁금증이 있다.      


종종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서로 허물없이 지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편하게 지내자는 말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편함을 말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가끔은 신경을 거스르는 말을 해놓고 상대방이 수용하지 못하면 임의롭게 한 말에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며 도리어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왜, 누구 멋대로 임의롭게 행동한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남이 하는 비판보다 가족이 하는 말 한마디가 더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 잘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무례함은 오히려 가볍게 무시할 수 있지만 가까운 친구의 무신경한 행동 하나가 큰 섭섭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회사 동료나 상사가 내 수고나 마음을 몰라줄 땐 사는 게 다 그렇지 하고 넘길 수 있지만, 배우자가 몰라줄 때의 그 헛헛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공자는 제나라 명제상인 안평중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晏平仲善與人交, 久而敬之." (안평중선여인교, 구이경지)

안평중은 다른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는데, 오래되어도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경했다는 말이다.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막역한가, 얼마나 허물이 없는가보다 얼마나 구이경지하느냐다. 오래된 사이일지라도 계속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친해지면 혹은 가까우면 예의나 존중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족끼리 그런 거 하나 이해 못 해주냐, 우리 사이에 뭘 일일이 따지냐고 하는 말들이 전부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막역은 정말 막역일지, 나 혼자만 막역이고 상대방은 어딘가 편치 않은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꼭 막역함이 친함의 상징일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오래가고 싶은 관계가 있다면 막역하기보다는 구이경지해야 한다. 반대로 빨리 끝내고 싶은 혹은 멀어지고 싶은 관계가 있다면 비결은 하나다. 막역해라. 

© StockSnap, 출처 Pixabay


작가의 이전글 진짜 어른은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