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출판
김정민 작가의 <을 넘은 아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동일한 <조선 최고 꾼>. 비슷한 듯 다른 느낌.
김정민 작가의 소개글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 혼자 중얼거리며 놀았고 밤이면 오만 상상을 하느라 잠을 설쳤단다. 주위 어른들이 이상하다고 걱정했지만 멀쩡히 자랐다고^^ 지금도 여전히 혼잣말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1936년 일제 강점기 경성역(서울역). 주인공 노미는 소매치기단 파란 반도(밴드의 일본식 발음)단 일원이다. 소매치기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버려진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소매치기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살며 할 수 있는 일이 그것이었다. 소매치기가 잘못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소매치기를 잘 하고 싶었을 뿐이다. 소매치기범 노미의 이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사실 노미가 처음부터 노미는 아니었다. 처음 노미의 이름은 '네사리'였다. 버려진 노미의 품에는 이름도 뭣도 없이 단지 '네 살'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그걸 본 패거리가 "이 아이 네 살이래. 네살." 하다가 ... 어느 해에 노미의 나이가 얼른 기억나지 않은 쇠심줄이 "저, 저, 저놈이, 놈이."하고 불렀고, 매해 바뀌는 이름보다는 '놈이'가 부르기 편했다.(p.63)
최노미가 아닌 최고군(조선 최고의 꾼)으로 새로운 이름을 짓고, 새 길에 나서다!
경성역에서 여인들을 유괴하는 유괴범들을 잡아 솔이를 구해서 '조선 최고 뽀이꾼'이라 장하다는 칭찬을 들으며 신문에 실리고, 소매치기를 하려다가 우연히 독립운동가 샌님을 구해주게 된다.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점점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길로 가고 싶어진다. 무섭고 두렵지만 조선 독립운동 밀서를 전하러 서울에서 대전 대륙점방으로 향하는 '길'을 떠나는 조선 최고, 꾼.
장하도다! 네 앞으로의 길을 응원한다!
주인공 노미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인상깊은 '말들'
1) 벅수 누나: 경성에 올라와 소매치기를 당해서 무서워 떨고 있을 때 도와준 사람이 하필 파란 반도단 대표(?) 쇠심줄. 쇠심줄에게 신세를 지게 되면서 소매치기가 되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노미는 제발 그 일을 하지 않게 하려고 애 쓴다. 소매치기에 결국 성공하면서 파란 반도를 받고 누나는 하면서 왜 자기는 못하게 하냐며 따지는 노미에게 "너만은 다른 길을 찾길 바랐어. 바른 길 말이야"(p.91)라고 말한다. 노미에게 파란 반도 끊고 자신의 길을 찾고 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누나(p. 142)
2) 옆집 교복 입은 고보(고등 보통학교, 중학교) 형: 노상방뇨를 하려는 노미에게(노상방뇨만을 문제 삼는 건 아닌 듯) "노미야, 길이 잘못됐으면 바른길을 찾아가. 아니면 길을 바로잡든지." (p.64) / 길을 잘 모르겠다는 노미에게 사람들한테 물어보라고 하면서 사람들도 모르면 노력해서 찾아내거나 길을 만들라고 말한다.(p.92~93)
- 위 두 사람은 노미에게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했지만, 둘은 다 사실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고보 형은 독립투사를 도운 노미를 보면서 조선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한다.(p.125)
3) 독립 운동가 '샌님': 해쓱하고 가냘픈 샌님이 어떻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노미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할까 무섭고, 죽을까 무섭다고 말한다.(p.133) "산에 길을 내듯 그렇게 독립의 길을 내는 거야. 그 길이 흐릿해도, 어려워도, 조선인들이 힘을 모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해."라며 그 길을 간다고 한다.
4) 솔이: 아무나 막 믿지 말라는 노미의 말에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해준 노미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준다.(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