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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5)'바보 이반'

이반은 바보가 아니다

by 동화샘 지연

[책 이야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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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에 샀던 톨스토이 단편집이다.

이걸 가지고 있었다^^ 읽었겠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책을 펼쳐들었다.

동화라고도 할 수 있는 <바보 이반>을 읽었다.


이 단편 소설은 러시아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톨스토이가 개작한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농민들을 착취하는

귀족과 상인들을 비판하고 민중들을 옹호하는 내용이라고.


옛날 어느 나라에 한 부유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유한 농부에게는 세 명의 아들, 즉 군인인 세몬과 배불뚝이 타라스와 바보 이반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말라냐라고 하는 딸이 있었다. 군인인 세몬은 임금님에게 봉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나갔고 배불뚝이 타라스는 장사를 하기 위해 마을의 상인에게 갔지만, 바보 이반은 여동생과 함께 남아서 몸이 가루가 될 정도로 일을 한다.

'바보 이반', 첫 단락 p.101



이반은 부모님과 여동생 말라냐와 함께 살면서, '몸이 가루가 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한다. 형들의 비난과 놀림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계속해서 자신의 일을 한다. 권력을 좇는 세몬이나 부를 최고로 치는 타라스가 아버지에게 제 몫의 재산을 달라고 하니, 이반은 자신은 상관 없다고 그냥 주라고 말한다.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는 건 자신인데 왜 제 몫을 챙기지 않는 거지? 정말 바보가 아닌가?


세 형제가 재산분배로 싸우게 하려고 안달인 도깨비(혹은 악마로도 표현되는)의 갖은 방해에도 이반은 흔들림이 없다. 그저 제 일을 한다.


바보 같은 이반처럼 꿋꿋이 농사일만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반은 바보이지만, 또 바보가 아니다. 바보같이 일만 하지만, 도깨비들의 방해를 이겨내고 도깨비들에게 선물을 받는다. 무슨 병이든 낫게 하는 풀뿌리 세 개와, 원하기만 하면 무엇으로든 군대와 금화를 만들 수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무한한 능력을 아무 곳에나 쓰지 않는다. 형들이 도와달라고 해도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나 나쁜 행동에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귀한 풀뿌리를 공주의 병을 고치는데 쓰라는 부모의 말도 안 듣고 손이 굽은 거지에게 마지막 풀뿌리를 준다.


이반이 궁전에 도착하니 공주의 병은 바로 고쳐져 이반은 그 나라의 왕이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이 나라에는 다시 '바보'들만 남아서 권력과 돈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다.



이 나라에는 한 가지 관습이 있다. 손에 굳은살이 배긴 사람은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손에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보기 좋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관심을 끌고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묵묵히 흔들림 없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속이 빈 사람일수록 겉모습 치장이 먼저이고, 다른 사람들의 눈이나 말을 의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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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이 마지막 남은, 마법의 풀뿌리를 공주를 위해 쓰지 않고 손이 굽은 거지를 위해 기꺼이 내놓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목숨에는 귀천(貴賤)이 없다. 이반은 바보이지만, 또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철학을 지키며 사는, 결국에는 '이기는 습관'이 몸에 밴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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