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십 년 잘 살았다! 앞으로도 걱정마라!
2016년 3월 9일, 엄마와 헤어지면서 이 땅에서 두 번째 생일을 얻었다. 처음 태어난 생명이 연약한 몸으로 삶을 겪어내며 자라듯,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엄마 없는 세상'에 던져진지도 어느덧 십 년이 지난 오늘, 나는 다시 열 살 생일을 맞았다.
이제는 혼자서도 능숙하게 가족 넷이 살던 공간을 돌보고 청소한다고 생각하지만, 드물게 손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서 먼지 뭉텅이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나름 열심히 쓸고 닦고 했는데 어디서 솟아났는지 떨어졌는지 모를 그것들과 맞닥뜨리면 이만저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내 활동의 산물은 아닌 것 같아 갸웃거리며 그 주변을 싹싹 청소하고 나면 이제 된 건가 싶은데,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구석에서 비슷한 게 튀어나온다. 빈 집도 아니고 청소를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지만, 듣자 하니 원래 청소란 그런 것이라고 한다.
엄마에 대한 모든 것들이 이 먼지 뭉텅이 같다. 기억인지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른 어떤 것인지 몰라 '모든 것'이라 통칭하는 그것들은 십 년이 되도록 생겨나고 또 발견된다. 전에 본 것과 같은 것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번번이 조금씩 다른 뭉치이고,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돌아보면 어느 구석에 쌓이고 뭉쳐져 있다. 생각보다 자주 나타나지만 부지런히 청소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그저 만날 수밖에. 그러니까 '청소해야 할 대상'이라거나 그 자체로 싫거나 좋은 것이 아닌, '사람 사는 곳에 자연스레 있는 존재'라는 점이 같다.
지나온 아홉 번의 날들처럼 평범하게 일하려 했지만, 요새 일만 했다 하면 무언가에 시달리는 일상이 그다지 평범하지는 않다 싶어 평범함을 지키고자 연차를 냈다. 이 날 연차를 내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 뭉텅이 같은 것들이 괜히 막 치고 들어올 줄은 미처 몰랐다. 십 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큰 이모의 소천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보낸 메시지도, 소식 없는 사람도 모두 그것대로 엄마의 뭉텅이가 되어 하루 종일 여기저기에 있었다. 활자가 되어 영원히 살 것만 같았지만, 오 년이 더 지나고 보니 아무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엄마의 이름이 한 뭉텅이, 여태 꿈에도 한 번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또 한 뭉텅이. 그렇게 눈을 돌리는 곳곳에 나타나는 엄마의 뭉텅이들이 유난스럽게 나의 열 살 생일을 함께했다.
그러나 열 살 생일에 발견한 것이 이뿐만은 아니었다.
내 마음을 혼자두지 않으려 종일 애써주는 다정한 사람, 기억도 나지 않을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위로하는 벌써 열한 살이 된 조카, 내가 지나온 상실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하며 내게 조언을 구하는 이들, 오늘을 이렇게 보내지 않았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마음과 사람들을 돌아보며, 상실이란 극복해서 일어나야 하는 한 사건이 아니라, 그 지점으로부터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작점이었음을 생각한다. 모두를 위해, 또 모두와 함께 앞으로의 한 해 한 해도 잘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열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감사했다. 엄마 나 십 년 잘 살았다! 앞으로도 걱정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