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브런치에서 10주년을 맞이하여 작가의 글을 전시한다는 모집 공고를 보았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던 순간을 기억한다. 드디어 내 글을 세상에 더 많이 알릴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렘으로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잦은 야근과 업무에 지쳐 전시 모집 일정을 넘겨버렸고 나는 보기 좋게 다른 작가들에게 그 기회를 넘겨줘야 했다.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작가들이 모였는지 보려고 질투심에 떠난 전시회.
전시장에는 자기 글을 전시한 작가들과, 여러 독자들이 모여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많은 브런치의 작가들을 보며 오랫동안 발 길을 떼지 못했다. 부러워서이기도 했고, 회사와 내 일에 매몰되어 이런 기회를 놓쳤다는 분노감 때문이었다. '내 이름이 저기 있었어야 했는데.'
열등감이 내게 작용하는 것.
빽빽하게 걸려 있는 작가명과 제목들을 보며 내 이름이 저기 있어야 했는데.라는 말은 서점에서도 내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늘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서 에세이 작가들의 이름과 제목명을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내가 하는 말은 늘 내 이름이 저기 있어야 했는데. 였다. 나는 왜 저기에 올라갈 수 없는가. 내 글은 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는가. 하는 결핍과 열등감.
그래서 서점에서 돌아오면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원고를 편집하고 다음 책을 준비했다. 남들이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싸움에서 지기 싫다는 열등감은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저기 내 이름이 있어야 했는 데가 아니라, 이제 내 이름이 여기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베스트셀러가 될 때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내 제목을 알아줄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나는 결핍과 열등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데 있어서 많은 작용을 한다고 믿는 편이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학창 시절, 열네 살 남짓이었다. 집 안에 혼자 남아있는 외로움 때문이었고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해방구를 찾다 일기를 써서 제출했는데 선생님이 일기를 보고는 대회를 나가보라고 했다. 대회에서 주어진 글제로 글을 썼는데 상을 탔다. 외로움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수상으로 전환되었으니 외로움은 내게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어준 셈이었다.
책 한 권이 갖고 싶던 이십 대에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였는데 한 권을 훑고 나니 이런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쓸 수 있겠는데? 난 왜 이런 책을 낼 수 없는 거지?라는 열등감에 사로 잡혔다. 그리고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 끝에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50번째 출판사와 계약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세상에서 원하는 걸 하나 갖는 제일 빠른 방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을 그냥 하는 것이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그냥 하는 것. 작가가 되고 싶으면 일단 종이 위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작가라는 꿈을 실현하는 가장 간단하고 제일 빠른 방법이다.
작가의 꿈.
내 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글쓴이가 되는 것. 내 문장이 초라하게 나만 바라보고 있지 않게 하는 것.
만일 브런지 팝업 전시회의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면 나는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일단 시도했으므로 결과는 나중에 맡기면 되는 일이었고 탈락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시도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후회만 하는 건 나를 가장 초라하고 작게 만드는 일이었다.
오늘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결핍이 또 이렇게 지금 이 글을 쓰게 하듯, 베스트셀러가 여전히 꿈인 내 결핍과 열등감은 나를 더 키워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노트북을 켜고 첫 문장을 옮겨 낸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곧 승리의 시작이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