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부근의 어느 멋진날
그동안 많은 계절을 보내면서
봄이 올 때 갓피는 꽃들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떠나보냈다.
시간이 없어서. 요즘 많이 바빠서. 어차피 시들고 말 거라서, 라는 핑계들로 어렵게 찾아본 봄을 쉽게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봄이 오나 겨울 끝에서 봄을 먼저 기다리고 꽃들이 만개할 날이 언제인지 손 꼽아 기다리는 걸 보면 나도 나이라는 걸 먹어가나보다.
지나가는 모든 것에 아련하고 먹먹하고 외롭고 춥고 때론 쓸쓸하고 그립고 다시 또 보고 싶고 그렇다.
이제는 눈치 챈 것이다.
삶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막을 내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