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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pr 05. 2019

당신들은 나의 탄생이기도 했다

나의 생일날


내 생일에 취한 것인지, 술에 취한 것인지. 고슴도치처럼 몸을 말고 내 침대에 쓰러져 버린 선배의 숨소리가 반가웠다. 거나하게 취한 형을 마지막 선물로 받은 셈이다.


내 앞에 와서 축하를 외치며 웃다 사라진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려보다 고마움에 울컥, 저마다 챙겨온 선물을 하나씩 정리하다 또 울컥, 부족한 나란 사람에게 다녀간 사람들의 소중함에 모든 것이 울컥인다.


우리의 앞모습과 앞모습이 만나 서로를 반기는 기쁨은 분명 행복이었는데, 이 기쁨이 등을 돌리고 앉은 뒷모습은 감동이다.

기쁨은 앞에서 휘몰아치더니 감동은 모두가 떠나고 난 뒤에서 쏟아진다.


축하한다는 말을 들고 오기 전, 마트에 들리고 선물숍에 들리고 꽃집과 제과점에 들렸을 사람들의 발걸음을 생각한다. 아니 애정한다. 그리고 나의 생일이라며 유독 서둘렀을 그날의 촉박함까지.


 ‘생일’을 거꾸로 말하면 '일생'이다.

 생일에 잊지못할 일생의 일부분을 살아낸 것이다.


나의 생일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일생의 일부분을 들고와 축하를 남기고 갔으며 그들의 만남은  또다른 나의 탄생이 되었다.


즐거웠던 생일에 당신들의 지분이 담겨있다.

그렇게 당신들은 나의 탄생이기도 했다.

부디 서로 어디서든 행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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