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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는 사랑이라는 선배들이 말이 맞았다.

by 연금술사

2021년 4월, 둘째 세환이가 태어났다.
요즘 신혼부부들답게 우리도 첫째로 아이 계획을 마무리했는데, 우연처럼 둘째가 찾아왔다.
아내는 임신초기에 임신인 줄도 모른 채 장모님 생신잔치에서 와인을 잔뜩 마시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마신 와인을 모두 토했는데, 아마 뱃속에서 세환이가 토하게 한 것인가 싶다.)

그렇게 찾아온 아이였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첫째를 키울 때의 고생이 워낙 컸고,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둘이서 두 아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육아 선배들의 말이 맞았다. 둘째는 그냥 사랑이었다.
무엇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첫째 때 미숙했던 것들이 이번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뒤집기도, 옹알이도, 밥 먹는 것도 첫째보다 훨씬 빨랐다.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 애를 태웠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밥을 척척 잘 먹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신세계구나.”
그 외에는 힘든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4개월이 지나도록 세환이는 한마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하며 넘겼다.


하지만 2023년 여름, 세환이가 세 살이 되었을 무렵부터
조금씩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이제쯤 “아빠”, “엄마” 같은 단어는 할 만한데,
세환이는 여전히 조용했다.
어린이집 또래들은 제법 말을 하고 있었고,
적어도 단어 몇 개쯤은 할 줄 알았다.


그래도 겉으로는 불안함을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원장님도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써서 아이들 말이 다 조금 늦어요”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은 안심했다.
“그래,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상황은 그대로였다.


같이 말을 못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세환이만 여전히 조용했다.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놀이에 몰두한 세환이 뒤에서 “세환아~” 하고 불렀는데,
아이는 아무 반응 없이 장난감을 만지기만 했다.
그 순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등을 스쳤다.


그날 이후 나는 ‘언어지연 아이’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들을 계속해서 내 앞에 가져다주었고,

밤마다 관련 영상들을 보다가 잠들곤 했다.

그런데 언어지연과 관련된 영상들은

대부분이 마지막에 자폐로 연결되곤 했다.

몇몇 자폐 아이들의 경우 초등학생인데도 여전히 무발화 상태인 아이들도 많았다.


밤마다 그 영상을 보며, 혼자 눈물을 삼켰다.
‘혹시 우리 아이도…?’

내가 혹시 부모로서 뭔가를 잘못한 것은 아닌가 싶어,
두려움과 죄책감이 번갈아 밀려왔다.


그리고 그 무렵,
엄마의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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