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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ka Feb 02. 2022

증도의 어느 백사장에서 낮잠을

그리고 목포와 진도로




담배냄새의 공격으로 도망치듯 나온 '호텔'이라 이름붙은 사실상 '모텔'. 근처에 있는 나주곰탕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궁전제과에 들른다. 궁전제과는 메론빵이 아주 맛있었다.


이날의 일정


바로 증도 우전해수욕장으로 떠났다. 증도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곳이기 때문. 3 엄마와 동생이 교회 분들과 함께 증도로 여행을  적이 있다.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나는 함께가지 못했고 사진만 받아봤는데, 사진  증도는 마치 동남아의 휴양지 같았다.


내가 알고 있던 증도의 모습. 출처: 여행스케치

하지만 막상 와보니 비수기인 탓에 썰렁하기만 했다. 엄마와 동생이 찍은 사진에도 저런 볏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덕에, 그리고 담배냄새로 밤잠을 무지하게 설친 탓에 우리는 돗자리를 펴놓고 한참을 잤다.


아무도없는 증도 우전해수욕장의 백사장

그리곤 계획에 없던 목포로 향한다. 목포? 뭐가 있지? 남편은 검색을 좀 해보니 그 곳의 케이블카가 굉장하다며 가보는 게 어떻냐고 한다. 좋지, 이게 바로 로드트립의 매력인가? 발길닿는 대로 가는 거다.


목포항의 유성횟집에서 모듬회 심플메뉴를 먹는다. 이름은 심플인데 십만원에 달하는 심플하지 않은 가격. 회를 좋아하는 남편은 원래 항구 근처에서 먹는 회가 제일 비싸다고 한다.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서 그래도 푸짐하게 먹었다. 전남 목포시 북항로 190, 유성횟집





부른 배를 두드리며 케이블카로 향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북항역에서 탑승하면 고하도 승장장으로 연결된다. 여기저기서 케이블카를 많이 타봤지만 이렇게 긴 케이블카는 처음이었다. 무려 왕복 40분.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유달산.



유달산을 지나면 아찔한 바다 위를 한참, 지나가야한다. 그리고 세월호가 이 곳에 있다.


멀리 보이는 목포대교

그리고 고하도에 내리면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길을 트래킹을 하게 된다. 거기서 다시 내려가면 바다 바로 위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바다 위의 나무데크와 멀리서 보이는 목포대교, 그리고 케이블카들. 하늘은 흐렸지만 그 모든 것들의 조합이 참 아름다웠다. 그러다 문득 세월호가 떠올랐고 마음 한 구석이 아린건지 아픈건지 속상한건지, 아무튼 썩 좋지않았다.



별로 걸을 일이 없을 줄 알고 양말에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갔는데, 하필 이 구두는 열 번도 채 신지 않은 아직 덜 길들여진(?) 구두였다. 아킬레스건이 좀 따갑긴 했지만 이전에도 몇 번 유혈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번엔 괜찮겠지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지나가시던 할아버님이 '어이구 뒤에 피가나~' 하고 알려주셔서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밖으론 '어머머,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속으론 '에잇, 또야. 젠장.' 하며 구두를 원망한다.


돌아오는 케이블카를 타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진도로 향한다. 저녁을 먹지 못한 우리는 쏠비치에 있는 맥주집에서 치킨과 감자튀김으로 저녁을 떼우고, 번쩍번쩍 하는 아이스크림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도 먹는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군길 30-40 쏠비치 진도.



야경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 스케일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민박부터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 모텔, 호텔 등 웬만한 숙박업소를 다 이용해봤지만 리조트에서 묵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예쁘다, 예쁘다 하는 말 밖엔 나오지가 않았다.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이기는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파 콧물 킁킁 거리며 리조트 앞을 한 바퀴 돌았다.



내일은 날이 맑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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